등록 : 2005.06.15 21:41
수정 : 2005.06.15 21:41
“갑옷 속 감춰진 인간미를 전합니다”
최근 창작 판소리 <이순신가>를 완창한 김영옥(58·전남 여수시립국악단 예술감독) 명창은 15일 “충무공의 감춰진 인간미를 소리로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역사적 인물을 다룬 창작 판소리는 해방 이후 안중근·유관순·이준 열사를 판소리에 담았던 박동실 명창의 <열사가>가 이후 반세기만이다. 김씨는 지난 13일 여수시민회관에서 <이순신가>를 구성지게 불러 관객들한테서 큰 박수를 받았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인기 덕분인지, 관객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공연에 몰두했다. 수준급 ‘귀명창’들은 “사설이 지루하지 않고, 장단 구성과 가락 등 소리 흐름은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김씨는 2003년 김세종(한양대) 교수에게 사설 창작을 부탁했다.2001~2003년 <성웅, 그리고 어머니>라는 단막극을 하면서, <칼의 노래> <난중일기> 등 책을 두루 읽으며 충무공의 삶에 큰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김 교수한테서 6시간 분량의 방대한 사설을 받아, 김준옥(여수대) 교수의 도움으로 줄였다. 김씨는 “수정본을 다시 ‘입에 착 달라붙도록’ 다듬어 2시간30분짜리 최종본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이순신가>는 장군의 성장과정, 무예 연마, 임진란과 정유재란, 노량해전 순직까지 충무공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김씨는 <이순신가>의 눈 대목으로 “어머니와 아들을 보내고 장군이 비통에 잠기는 장면”을 꼽았다. 그는 2003년부터 새벽 5시에 일어나 1시간가량 떨어진 여수시 웅천면 이순신 장군의 어머니가 살았던 집까지 달려가 소리 한 대목씩을 올리며 연습했다. 김씨는 “사설의 메시지가 잘 전달돼 메아리를 남기도록 더 다듬어 무대 위에 올리겠다”고 말했다.
전남 순천 출신의 김씨는 고 한농선 명창의 소리를 이었으며, 미국·프랑스 등지에서 수차례 해외공연을 했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판소리진흥회’는 순천문예회관(17일)과 포스코 광양제철 백운아트홀(7월 17일)에서 김씨의 <이순신가> 완창 공연을 이어간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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