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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서 대여등 50여점 전시 눈망울 매서운 용 머리, 송곳니 튀어나온 도깨비 기와…. 16일 오전 용산 새 국립중앙박물관 동관 1층 끝의 고고관 전시실 구석에서는 낯선 발해 시대(698~926) 유물들이 취재진을 반겼다. 10월 28일 문을 여는 이 박물관 발해실에 상설 전시될 이들 유물은 모두 50점. 일본 도쿄대에서 빌려온 유물 23건 23점이 고갱이다. 박물관쪽은 “지난달 도쿄대 문학부 쪽과 대여 협정을 맺고 들여왔다”고 밝혔다. 국내 박물관 중 처음 설치된 발해실은 30평 공간에 글씨 적힌 나무쪽(목간) 같은 문서자료와 생활, 건축 등의 소주제별 전시로 짜인다. 고구려, 당의 문화가 녹아있는 출품 유물들은 흔히 아는 통일신라나 백제계 유물과 판이하게 다르다. 중국 지린성 훈춘에서 출토된 이불병 좌상은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증명하기 위해 다보 여래가 7보의 탑을 솟게한 뒤 그 안에 석가를 맞아들여 같이 앉은 모습을 새겼다. 국내 출토 전례가 없고, 발해의 수도였던 중경, 동경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희귀 불상이다. 석제 용머리 기단부 장식은 찢어진 입, 왕방울 눈, 이빨 등이 용맹한 기상을 보여준다. 원래 사자상으로 알려졌으나 박물관쪽은 형상 분석 결과 용일 것으로 추정했다. 상경성에서 출토된 도깨비 기와는 날카롭게 튀어나온 송곳니와 길쭉한 혀, 벌름거리는 코 등의 험상궂은 얼굴에 녹색 유약이 입혀져 기괴함과 익살미를 함께 드러낸다. 기둥 밑 장식, 흙틀에 찍어 만든 전불, 가위와 뒤꽂이 등의 생활유물도 전시되며 일본 오하라 미술관의 함화4년(834년) 연대를 새긴 아미타불 불비상(비석 모양 불상)은 복제품으로 나온다. 도쿄대 소장 유물들은 1933~34년 이 대학 고고학연구실에서 중국 헤이룽장성의 발해 수도 유적인 상경과 동경을 조사할 당시의 출토품이다. 2003년 서울대 박물관에서 열린 발해특별전에서 이미 선보였으나 장기간 국내 상설전시는 처음이다. 조현종 박물관 고고부장은 “국사학계의 최근 연구 성과에 따라 전시 시대 개념을 통일신라와 발해가 병립한 남북국 시대로 규정하고 발해실을 추가했다”며 “발해 유물이 정식 전시항목으로 들어온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여 유물은 2007년 5월까지 전시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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