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16 18:37
수정 : 2005.06.16 18:37
윤이상 구명 앞장선 팔름 이어 정명훈씨 스승 줄리니도
한국 음악가들과 깊은 인연을 맺었던 20세기 음악계의 거장들이 최근 잇따라 타계해 국내 클래식 팬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지난 6일(현지 시각) 고 윤이상의 오랜 친구이자 세계적인 현대음악 전문 연주자인 첼리스트 지그프리트 팔름이 오랜 지병 끝에 78살의 일기로 타계한 데 이어 정명훈(52·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음악감독, 서울시향 상임지휘자)씨의 정신적 스승이자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지휘자였던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가 14일 오랜 지병으로 91년의 생을 마쳤다.
팔름은 1967년 윤이상이 동베를린 간첩단사건에 연루돼 서울로 강제 소환되자 그의 구명에 앞장섰던 대표적인 독일 음악인 중의 한 사람으로 윤이상의 첼로 작품 <노래>(1964)와 그를 위하여 작곡한 <글리제>(1970), <첼로 협주곡>(1976)을 초연했다. 지난 2003년에는 통영에서 열렸던 2003경남국제음악콩쿠르(부제 윤이상을 기억하며) 첼로부문의 심사위원장으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국제현대음악협회의 회장을 역임한 팔름은 베를린 도이치 오퍼의 총감독을 거쳐 독일 쾰른 음대 명예교수로 있었으며, 특히 첼로 연주 기법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연주자로 리게티, 윤이상, 펜데레츠키, 크세나키스 등 많은 현대 작곡가들이 그에게 작품을 헌정했다.
줄리니는 1978년 로스앤젤레스필하모닉의 수석지휘자겸 음악감독 시절 정명훈씨를 부지휘자로 세계무대에 올려 피아니스트에서 본격적인 지휘자의 길로 이끈 스승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53~1956년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 지휘를 시작한 그는 1969~1976년 시카고와 빈 심포니오케스트라를, 1978~1984년 로스앤젤레스필하모닉 등을 이끌었으며 1988년부터는 지휘봉을 놓고 지병으로 병석에 있었다. 그는 특히 고전 음악의 해박한 지식과 영적인 해석으로 명성이 높았으며 브람스, 바흐, 모차르트, 슈베르트, 베르디, 구스타프 말러, 안톤 브루크너의 전문가로 방대한 음반을 녹음했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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