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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4일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한겨레의 날’ 행사에 참석한 한겨레를 사랑하는 모임 노재우(맨 왼쪽) 회장을 비롯한 회원과 가족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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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한겨레 확장수당 줍니다” 한겨레 존재만으로 가치
생활정보 좀 더 많았으면 “〈한겨레〉는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습니다. 〈한겨레〉가 없다고 가정해 보세요. 다른 언론들 개판칩니다.” 6월4일 공덕동 효창운동장 단상 옆 천막. 다른 지역 주주·독자모임 대표 3명과 함께 감사패를 받은 노재우 회장(65)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려왔다. 지긋하지만 줏대있는 말을 받아적는 기자 주변에 어느덧 회원들이 모여들고 있다. 이날은 6만여 주주가 주인된 ‘한겨레의 날’. 그러나 단상 오른편에 “한겨레가 뜬다, 한사모가 간다”는 플래카드 밑에 따로 모인 ‘한사모(한겨레사랑모임)’ 회원들은 유달리 즐거워 보였다. 전국모임에서 활동하던 주주 가운데 몇몇이 2001년 4월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활동을 펼쳐나가자”는 취지로 포털사이트 다음에 카페를 만들었다. 이웃과 지인을 불러모은 지 4년이 지난 오늘 회원수는 244명으로 늘어났다. “모임 때 사진부에서 여러번 촬영했는데 정작 신문에는 한번도 안나오더라고요.” 감사를 맡고 있는 김형순(48)씨가 기자에게 아쉬움을 표한다. 주로 서울·경기지역 회원을 중심으로 매달 둘째 토요일 오후 8시 정기회의를 연다. 올해 5월부터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공덕동 한겨레 사옥으로 장소를 바꿨다고 설명을 이었다. 보통 20여명이 나오는데, 오늘은 가족까지 합쳐 30명 가까이 참석했다고. 오후 2시께 본격 행사를 알리는 안내말이 이어졌다. 단체사진용 포즈를 취해달라는 사진기자의 요청에 천막 밑이 갑자기 부산해졌다. 급기야 천막 위에 묶인 플래카드를 떼어내 펼쳤다. 20여명의 회원·가족들은 앵글에서 벗어날세라 머리를 맞대고 밝게 웃는다. “우리애도 한겨레 기자 시킬거에요” “자식 셋 중에 한 녀석은 꼭 〈한겨레〉기자를 시킬 겁니다.” 김재용(45) 주주는 딸에게 주겠다며 인터뷰를 요청한 기자에게 되레 사인을 요구했다. 카드결제 때 말고 누군가에게 사인을 줘본 적 없던 기자는 순간 진땀이 흘렀다. 지켜보는 김슬아(14), 슬예(9)양, 한솔(11)군의 눈동자가 반짝인다. 비빔툰과 스포츠면을 재밌게 보고 있다는 김슬아양이 조심스레 명함을 받아든다.
부회장 임성호(42)씨도 온가족을 데리고 참석했다. 재미있게 보는 면과 고쳐야 할 점에 대해 묻자, 스포츠면과 문화면을 가장 재미있게 본다는 딸 의지(15)양 옆에서 부인 고향희(39)씨가 답변을 거든다. “주부들의 관심사를 제때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지요. 생활기사·정보가 좀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한겨레〉가 고쳐야 할 점에 대한 질문에 여러 회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지론을 펼친다. “이 사람 칼럼 하나 읽기 위해서라도 꼭 사봐야겠다고 만드는 필진이 요샌 없어. 그나마 박노자·홍세화 칼럼 보며 세상을 읽지.” 노재우 회장이 말을 이었다. 받아 적는 기자의 펜놀림을 애타게 바라보던 김재용 주주가 기다렸다는 듯 바톤을 이었다. “수요일 생명면을 관심있게 봅니다. 인터뷰 기사를 좀더 신경써서 썼으면 합니다.” 그러나 아쉬운 표정은 “소개할 만한 회원 미담사례는 없느냐”는 질문에 이내 자랑스런 표정으로 바뀐다. ‘확장의 1인자’로 소개된 이상섭 주주는 그만의 비결을 갖고 있었다. 열렬한 노사모 회원이기도 한 그는 부인이 신문 1부 확장할 때마다 5만원씩 수당을 주기로 계약했단다. 몰래 마련한 비자금을 ‘확장수당’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제2창간 뒤 이런 식으로 벌써 8부를 확장했다. 그런가 하면 중국에서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박자열씨는 몇 년전부터 매달 5만원씩 주식을 사고 있다.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회원들은 권커니 잣거니 막걸릿잔을 기울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취재가 끝남과 거의 동시에 초대가수 안치환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부르기 시작한 건 우연의 일치였을까. ‘국민주’라는 이름의 ‘꽃’들이 온라인에 어떻게 피어 있는가 궁금하면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카페 ‘한겨레사랑모임(cafe.daum.net/hannews)’을 검색하면 된다. ‘한겨레가 살아남는 길은’‘작은 친절이 한겨레를 바꾼다’‘창간 17주년 첫 신문을 받아보고…여전히 2% 부족하다…’ 등등 제목부터 열정이 묻어나는 대화와 토론이 활짝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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