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기금 낸 풀뿌리 손긴들
한겨레 제2창간운동에 공감해 발전기금을 낸 대부분의 독자들은 창간 당시의 6만2천여 국민주주처럼 이름없는 시민들이다. 적게는 1만원에서부터 1000만원대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형편에 따라 다양한 액수로 ‘한겨레 발전기금’에 참여한 풀뿌리 손길들로부터 이들이 한겨레에 돈을 낸 이유들을 들어보았다.
박아무개(은행원)씨 <한겨레> 같은 신문이 있어야 우리나라가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지 않겠나. 기존 한겨레 주주로, 자발적으로 100% 증자에 참여한 셈이다. 나 자신은 운동권과 거리가 멀고, 열렬한 진보주의자도 아니다. 창간 초기에는 진보적 논조에 대한 거부감도 많았지만, 한겨레를 통해 그동안 사회에 대한 이런 시각도 존재하는 구나를 체득했다.
진정수(방송사 프로듀서) 한겨레가 창간되던 당시에는 대학 1학년이어서 참여할 수 있는 형편이 못되었다. 이번에 좋은 기회를 만났다. 줄곧 구독해오다 잠시 중단했던 때도 있었지만 다른 신문에 만족할 수 없어 다시 보게 되었다. 한겨레도 젊은 사람들의 욕구를 다 담아내기에는 좀 부족한 듯하지만 한겨레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윤경규 지난해 11월부터 구독했다. <한겨레>를 보다 보니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되었다. <한겨레>가 어렵다는 얘기도 듣게 되었고, 주식을 살 수 없는가 알아보았다. 이런 계기가 생겨 기쁘다. 그동안 <한겨레>를 안 본 것은 다른 신문이랑 같을 것이란 짐작 때문이었다. 한겨레를 통해 소외된 쪽을 너무 몰랐다는 것을 알았다. 1백만원을 냈지만 기분이 무척 좋다.
김연식(대학교수) 어릴 때 정신적 자양분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데 대학생 시절에 참여한 4주밖에 없었다. 이번에 빚진 마음을 갚을 수 있게 되니 반갑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신문이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마이너스통장만 아니면 더 참여할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다. 지금도 한겨레를 읽으면서 내가 커간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한겨레에 빚지고 산다는 생각을 한다.
차보경(교사) 기존주주다. 이번에는 남편과 각각 참여하게 되었다. 6개월 동안 <조선일보>가 어떤 신문인가 하고 구독한 적은 있지만, 줄곧 한겨레를 봐 왔다. 한겨레 없으면 안되겠더라. 신문은 수많은 사람이 읽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하는 것이니 특별히 중요하다. 한겨레가 제2창간 해서 좋은 것 같다.
문상기(컴퓨터 개발자) 전부터 관심 많았다. 창간 당시 모금할 때도 대학생 형 통해 얘기 들었다. 이번이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또 한겨레가 어렵다고 해서 적지만 힘이 되었으면 참여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변하지 않고 계속 잘 해줬으면 좋겠다.
정윤영(교사) 창간주주다. 창간때나 지금이나 배당 같은 거 받으려고 참여한 것 아니다. 어차피 시작한 것이니, 잘 되어야 하지 않겠나. 한겨레가 잘 되어야 나라가 잘 되지 않겠나. 더 많이 못 내서 안타깝다. 지금은 창간 때만큼 한겨레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사람다운 세상, 성실한 사람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데 뜻이 같다.
노경준 제대한 이후 계속 <한겨레>를 구독했다. 신문 중에서 한겨레가 제일 낫다고 본다. 한겨레가 우리나라 신문 중 유일한 진보적 신문이다. 한겨레 발전기금이 주식으로 전환되니, 한겨레 주주가 된다는 자부심도 있다. 집사람 앞으로도 200만원 해서, 400만원을 냈다. 우리 형편으로서는 큰 돈이지만 아내도 흔쾌히 동의했다.
이영식 신문을 가끔 사봤는데 공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올 1월부터 <한겨레>를 정식으로 구독하게 되었다. 신문별로 같은 사안을 다르게 보도하고 그 차이가 심하다는 것을 신문들을 비교하니 알게 되었다. <한겨레>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라는 것도 알았다. 조금씩 기부를 하고 있지만 언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참여하게 되었다.
김근순 <한겨레>를 알게된 지 얼마되지 않는다. 리영희 선생의 <새은 좌우의 날개로 난다>를 읽고 보게 되었으니 1년도 안된다. 내 나이 칠십이지만 근래에 그분 책을 읽고 보고 새 세상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한겨레신문이 발행된 지 오래되었는데 이번에 발전기금 모금을 하는 것은 여러 사람에게 읽혀지지 않았기 때문 아닌가. 젊은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야 한다. 나는 들판의 이름없는 실뿌리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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