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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19 18:32 수정 : 2005.06.19 18:32

1917년 10월 러시아는 세계의 중심

1917년 러시아 10월 혁명 현장 취재기로, 몇차례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르포문학의 고전 <세계를 뒤흔든 열흘>이 다시 번역 출간됐다. 이를 펴낸 책갈피 쪽은 이번 판이 “한국 최초의 완역본”임을 강조하고 있다. 1980년대 말에도 <세계를 뒤흔든 10일>이라는 제목의 번역본이 두레 출판사에서 나왔으나, 검열을 의식해야 했던 당시 사회상황을 반영하듯 원본 내용의 상당부분이 빠져 있었다. 두레의 91년판이 250여 쪽이었던 데 비해 책갈피 판은 460여 쪽이다. 제12장의 농민대회 부분을 살렸고, 당시의 각종 포고문이나 선언문, 명령문, 연설문 등을 담은 90여 쪽에 달하는 부록과 후주, 그리고 각 장마다 몇단락 또는 몇 쪽씩 빠졌던 부분이 살아났다.

저자 존 리드가 10월 혁명 1년여 뒤인 1919년 1월에 쓴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대부분 러시아 수도이자 봉기의 중심지인 ‘붉은 페트로그라드’를 무대로” “볼셰비키가 노동자들과 병사들을 이끌고 러시아의 국가권력을 장악해 소비에트로 넘긴 과정을 상세히 그려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리드는 제2의 혁명 격전지 모스크바에도 갔다. “작고 힘없는 기관차가 나무를 태워, 크고 기다란 열차를 끌고 갔다. 열차는 여러차례 정차하면서 천천히 나아갔다. 지붕 위의 병사들은 발로 박자를 맞추며 농민들의 구슬픈 가락을 따라 불렀다.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만원인 복도에서는 격렬한 정치토론이 밤새 이어졌다. …열차 안의 공기는 연기와 악취로 숨이 막혔다. 창문이 깨져 있지 않았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밤 사이에 질식해버렸을 것이다.” 페트로그라드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열차여행 장면이다.

미국 기자였던 저자는 혁명군 장병들뿐만 아니라 정부군, 자본가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역사의 주역들을 만날 수 있었고, 군중의 일원으로 어디든 함께 섞여 혁명 현장을 누볐다. 이를 토대로 한 생생한 묘사들 덕분에 나중에 쏟아진, 박제화한 관변자료들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20세기 인류 최대의 실험 가운데 하나였던 러시아 혁명 현장의 기념비적인 기록이다.

책갈피의 김태훈 대표는 “90년대 초 현존 사회주의 체제의 몰락과 함께 러시아 혁명과 사회주의 등에 대한 관심은 썰물처럼 퇴색했으나 최근 반세계화 및 자본주의 대안 찾기 움직임이 일면서 사회주의의 진실과 그 평가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다”며 “거기에 필요한 역사적 사실 제공에 가장 충실한 책”이라고 출간이유를 밝혔다. 스페인 내전을 그린 조지 오웰의 <카탈루니아 찬가>와 마오 쩌둥 혁명을 그린 에드거 스노의 <중국의 붉은 별>과 함께 르포문학의 걸작으로 꼽힌다.

스탈린은 자신이 주역으로 등장하지 않는 이 책의 출판을 나중에 금지했으며, 혁명 10돌을 기념해 에이젠슈테인 등이 이 책을 토대로 1927년에 제작한 영화 <세계를 뒤흔든 10일>의 필름 상당 부분도 잘라내도록 했다. 미국 공산당을 창당하기도 한 저자 존 리드의 삶은 1981년 파라마운트사가 제작한 워런 비티, 다이앤 키튼 주연의 영화 <레즈>로 재현됐고, 이 영화는 82년 아카데미 감독상 등 3개상을 받았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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