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20 19:37
수정 : 2005.06.20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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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군 부곡면 저습지 발굴 현장에서 박물관 관계자가 참석자들에게 유물층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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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천년전 조상도 도토리묵?
6000~7000년 전 신석기 시대 조상들도 도토리묵을 먹고 살았나?
도토리 가루, 솔방울, 가래, 사슴·생선뼈들이 상자 속에 담겨 나오자, “조상들도 저런 것을 먹고 살았나?” 하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20일 오전 발굴 설명회가 열린 경남 창녕군 부곡면 비봉리 월봉산 기슭 신석기 저습지 유적 현장. 지난해 11월부터 국립 김해박물관이 발굴해온 이 유적은 최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그림 조각(<한겨레> 18일치 11면)과 신석기 최초의 망태기, 나무 도구, 빻은 도토리 덩어리, 짐승 뼈 등의 유물들을 쏟아내면서 선사시대 생활사의 보고로 떠올랐다. 설명회 현장에는 100명 가까운 전문가와 주민, 답사객들이 몰려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우선, 현장 들머리에 전시된 희귀한 신석기 생활유물들이 관심을 모았다. 7000년 전의 네발짐승 그림이 새겨진 토기 조각을 비롯해 최초의 실물 인분덩이(분석), 곡류를 갈았던 길이 70㎝짜리 대형 갈돌과 갈판, 빻은 도토리 가루 덩어리 탄화물, 칼 모양의 뾰족한 목기, 결합식 낚싯바늘 등 보기 힘든 유물들이 무더기로 나왔다. 도토리 같은 곡류들이 다닥다닥 붙은 토기 조각도 있었다.
임학종 학예연구실장은 “먹거리, 배설물 등의 유기질 유물이 많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며 “물기 많은 저습지 지층 속에 유물층이 잠겨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내 신석기 시대 출토 곡물류 가운데 가장 시기가 이른 6000~7000년 전의 조도 발견되어 농경의 시작 시기를 끌어올리는 근거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990002%%발굴 현장은 월봉산 남동쪽 골짜기 아래에 낙동강 지류 청도천을 끼고 자리잡은 습지다. 지난해 배수장 공사를 하다 조개껍데기와 유물들이 많이 나와 발굴을 시작했다. 발굴 구덩이를 판 곳은 깊이 4~5m에 100여평 정도의 규모지만 곳곳에 조개무지들이 뼈, 토기 조각 등의 생활 유물과 뒤섞여 4개의 뚜렷한 층을 이룬 채 박혀 있다. 특히 곡류와 동물뼈 등을 담은 저장공 흔적과 불땐 터(노지) 등도 간간이 보여 선사인들이 생선, 육류, 곡류 등 먹거리를 채집·저장하고 조리한 과정을 엿볼 수 있다.
학계에서는 조개층과 아래 뜬돌층이 일정 두께로 계속 중복되는 얼개로 미뤄 이 유적이 물가에 조개껍데기를 깔고 취사, 채집 등의 생활 행위를 했던 흔적으로 보고 있다. 이상길 경남대 교수는 “출토된 굴 껍데기, 가오리·상어 뼈 등은 바닷물이 이곳 유역까지 들어와 남해안 쪽까지 해상 교류가 진행되었음을 암시하는 것”이라며 “신석기 시대 생활환경, 해수면 변동 등 다양한 정보를 담은 유적인 만큼 국가적인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녕/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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