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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2 16:26 수정 : 2005.06.22 16:26

베로 짠 웨딩드레스의 비밀은?

김성녀(극단 미추)는 천상 연극배우다. 아니 광대라는 표현이 더 걸맞을 성싶다. 21일 우림청담씨어터에서 연극인생 30년만의 첫 모노드라마로 올린 <벽속의 요정>(연출 손진책)을 지켜보노라면 단아한 체구에서 뿜어나오는 끼와 열정이 놀랍다. 그는 이 ‘뮤지컬 드라마’에서 4살 꼬마부터 70살 노인까지 1인 30여역의 남녀 캐릭터로 순식간에 변신하는 연기와 춤, 노래로 관객들을 울리고 웃긴다.

특히 극의 마무리 부문 딸 순덕의 결혼식날. 아버지인 요정 스테카라가 이 날을 위해 몰래 짜둔 웨딩드레스를 입은 순덕이 교회로 가다 말고 집으로 달려와 다락방 앞에 서서 울먹인다. “어때요? 예뻐요? 스테카라님이 짜 준 베로 만든 웨딩드레스야. 저 이제 식을 올리러 가요. 기뻐해 주시는 거죠? 나의 요정님 나의 스테카라…”

순덕의 몸 위에 가는 빛줄기가 비치면서 자그마한 문이 만들어지고 딸은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을 아버지가 잘 볼 수 있도록 천천히 돈다. 결혼행진곡이 울려퍼지고 화답하듯 어둠 속에서 베틀소리가 덜컥덜컥 울린다. 조용한 객석에서 훌쩍거리는 소리와 낮은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벽속의 요정>은 좌익이라는 이유로 40년간 벽 속에 숨어 요정 ‘스테카라’로 살아야 했던 순덕 아빠네 이야기를 그의 아내와 딸의 눈과 입으로 펼쳐 놓은 작품이다. 스페인 내전 당시의 실화를 일본 희곡작가 후쿠다 요시유키가 대본으로 만들었지만 한국 상황에 맞게 맛깔나게 각색한 대본작가 배삼식의 각본 실력이 더 빛난다. 7월24일까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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