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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2 16:31 수정 : 2005.06.22 16:31

한국 소재로 흥과 한, 사랑 표현한 신작
19명의 무용수가 우리 정서를 세밀하게 스케치

26일까지 서울 엘지아트센터에서 계속되는 피나 바우슈의 <러프 컷> 공연을, 무용칼럼니스트 장인주씨가 지난 21일 시연회에서 먼저 본 뒤 관람기를 보내왔다. 편집자

무용과 연극의 경계를 허문 장르 ‘탄츠 테어터’를 표방한 독일 출신의 거장 안무가 피나 바우슈(65)의 네 번째 한국 나들이. 특히 이번엔 한국을 소재로 한 신작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제목은 <러프 컷(Rough Cut)>.

바우슈는 1986년부터 팔레르모, 비엔나, 홍콩 등 도시와 국가를 소재로 한 연작을 만들어왔다. 이번이 13번째인데 <러프 컷>은 줌 렌즈에 포착된 우리의 정서를 16명의 무용수 한 명 한 명이 스케치한 것과 같다. 빠른 속도로 티슈통의 휴지를 뽑아내는 페르난도 수웰의 손놀림에 장구와 북을 두드리는 농악단의 ‘흥’이 묻어나고 산조에 맞춘 라이너 베어의 열정적 솔로에는 ‘한’이 녹아 있다. 우리 어머니들의 깊은 사랑은 한국인 단원 김나영이 부르는 자장가 속에 흥건하게 넘쳐난다.

바우슈는 무대배경으로 작품의 방향을 중요하게 설정해 왔다. 이번에도 ‘자연’에 동화된 ‘사람’의 모습을 정겹게 나열했는데 무대 전면을 깎아지른 듯 가파른 흰색의 암벽으로 메워 클라이머의 의지와 힘을 드러나게 하고, 그 위에 투사된 산과 바다의 영상은 <마주르카 포고>에서 그랬듯 인간의 자연회귀 본능을 자극한다. 길게 풀어헤친 머리에 긴 원피스 차림을 한 여성 무용수들과 속도감에 힘이 넘치는 남자무용수들이 어우러져 남녀 관계에서 품어 나올 수 있는 온갖 감정을 다룬다. 진달래빛 사랑은 욕망의 불꽃놀이(영상) 속에서 상실과 고독으로 환원된다.

치마를 뒤집어쓴 아낙네, 배추 속에 절여진 ‘김치맨’은 한국적 소재가 물씬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바우슈의 작품이 은유적이고 풍자적이듯 우리의 정서를 표현한 다국적 무용수들의 육체언어는 직설적이지 않다. 가사내용과는 상관없이 김민기, 어어부 프로젝트의 음악이 전달하는 멜로디에 영감을 받은 여러 감도의 회전이나 무대를 거세게 가로지르며 미끄러지는 대목들은 인상적이다.

굴절과 흐름이 강한 몸짓은 장면 연출이 많았던 바우슈의 후반기 작품에 비해 ‘움직임’으로 회귀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듯 해 반가웠다. 더욱이 우리말 가사의 서정미와 춤의 조화는 한국인 관객만이 향유할 수 있는 복합적 감동이 아닐까 싶다.

장인주 무용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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