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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미술판에 선보이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근작. 왼쪽부터 박주욱씨의 회화전에 나온 <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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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공간·화랑 판매전에 20∼30대 신작행렬 줄이어 전시가 주춤해질 무렵인 초여름 미술판에 젊은 작가들의 ‘작품 공세’가 뜨겁다. 대안공간은 물론 화랑들의 판매전까지 20~30대 작가들의 신작 행렬이 줄을 잇는다. 올해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에 최초로 젊은 작가 10여명이 입성했고, 올 봄 크리스티 경매에서도 20~30대 국내 작가들의 작품이 호평 속에 팔리는 등 조짐도 좋다. 특히 6월의 젊은 전시들은 어느 정도 검증된 작가들이 정련된 근작들을 내놓거나 시장 가능성을 타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 비엔날레 등에 참여했던 영상작가 박준범씨의 인사미술 공간 초대전(7월10일까지, 02-760-4721~3)은 더욱 깊고 넓어진 세상보기의 시선을 보여준다. 작가는 엄청난 노동력이 투입되는 아파트 건설 공정의 영상들과 두 손을 콜라주시켜 거대한 두 손이 아파트를 건설하는 듯한 착시를 일으키는 <아파트 만들기>, 고층아파트 옥상에서 바라본 테니스장과 주변 공원의 미세하고 평면적인 영상 등을 통해 인간 욕망의 무상함과 세상을 움직이는 의지, 존재 따위를 성찰한다. 지난해 젊은 미술판에서 색다른 평면회화의 흐름을 이끌었던 도기종, 박주욱씨의 근작들도 주목된다. 경기도 부천의 갤러리 아트포럼 리(032-666-5858)에서 7월3일까지 열리는 도씨의 회화전은 건물의 외래어 간판, 청계천 건물의 처마 밑, 앉은 사람 등 캠코더로 포착할 법한 도시적 일상의 순간들을 진득한 아크릴 회화로 재현했다. 찌그러진 화면처럼 흔들리며 등장하는 화폭 속의 등장 인물들은 정체성 없는 익명의 대중과 도시상에 대한 냉정한 관찰의 결과다. 필름의 네거티브 이미지를 물감으로 재현해온 박주욱씨 역시 덕원갤러리(02-723-7771) 신작전에서 흑백 색깔이 뒤바뀌어 이상한 괴물이나 구멍처럼 보이는 분수, 태양, 벽, 소녀의 변질된 네거티브 상을 통해 세상에 대한 성찰을 드러내고 있다. %%990002%%설치작업으로는 7월17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스페이스 집(02-3446-1828)에서 열리는 박광옥씨의 ‘투명한 흐름’전이 흥미롭다. 유리병·비닐생수병, 스티로폼재 같은 연약하고 보잘 것 없는 재활용 재료들을 전시장 곳곳에 실험실 기구처럼 재구성해 생명 에너지와 순환의 힘을 보여주는 역설의 작업이다. 거대 유리관 속에 물줄기가 흘러다니는 ‘순환계’, 녹은 유리 덩어리가 튀어나오는 실제 유리가마도 만들어 들여놓았다. 종이, 톱밥 등으로 역기나 벽돌 등의 거칠고 무거운 소재를 감쪽 같이 재현한 이택근씨의 ‘다르게 생각하기’전(26일까지, 서울 브레인팩토리 02-725-9520), 뉴욕 이민종의 다양한 커플들 모습을 보여주는 갤러리 쌈지의 변순철씨 사진전(7월10일까지, 02-736-0088), 기묘한 생물 같은 팬지꽃 등을 보여주는 한지현씨의 회화전(28일까지 인사아트센터, 02-736-1020) 등도 눈길이 가는 전시들이다. 한편 화랑가쪽에서는 김상길, 이누리, 이상원, 김형태씨 등 유망작가 4명과 외국작가 3명의 풍경작업을 엮은 ‘스케이프 코드’전(25일까지 피케이엠 갤러리, 02-734-9467)과 유명 브랜드를 알몸 이미지 위에 새긴 김준씨의 디지털 문신 작업, 낸시 랭의 퍼포먼스 작업, 전통 민화를 팝 아트적으로 변용한 박윤영, 홍지영, 홍경택씨의 작업들을 일본 네오 팝아트 작가들과 같이 내놓은 ‘팝 팝 팝’ 전(7월31일까지 가나아트센터, 02-720-1020) 등이 눈길을 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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