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6.22 17:09 수정 : 2005.06.22 17:09

뮤지컬 <암살자들>은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신화 스티븐 손드하임의 대표작을 국내 초연한다는 점과 미국 역대 대통령 암살범들을 다뤘다는 충격적 내용 때문에 국내 뮤지컬 마니아들이 오랫동안 공연을 기대해던 작품이다. 오디뮤지컬 사진제공



역대 미 대통령 저격범 9명 주인공…‘아메리칸 드림’ 맹점 파헤쳐

“그는 잔혹한 독재자였고 바로 우리가 그를 무너뜨린 것이다. 돈을 바라거나 미쳐서 그런 짓을 한 놈으로 역사에 남을 수는 없다.”

올해 초 임상수 감독의 영화 <그때 그 사람들>로 다시 화제가 됐던 26년 전 ‘10.26사건’의 주역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법정 최후진술이 아니다. 놀랍게도 지난 1865년 4월14일 포드극장에서 공연을 보던 미국 제16대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을 암살했던 존 윌키스 부스(1838~1865)의 변명이다.

지난 1789년 미합중국이 정식으로 수립된 뒤 초대 조지 워싱턴부터 제43대 조지 부시에 이르기까지 9명의 미국 대통령이 저격받아 4명이 숨졌다. 역대 미국 대통령 암살범들은 왜 대통령을 쐈을까.

미국 대통령을 저격했던 9명의 남녀 암살범들을 주인공으로 한 독특한 뮤지컬 <암살자들>이 오디뮤지컬컴퍼니의 ‘뮤지컬 열전’ 세번째 작품으로 국내 첫선을 보인다. 7월9~31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은 특히 ‘돈벌이 쇼’로 전락했다고 비난받는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계에서 끊임없이 파격적인 주제와 예술적 가치를 고집해온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 작품의 국내 초연이라는 점에서 뮤지컬 마니아들의 관심이 높다.

손드하임은 페르시안-걸프전을 앞두고 미국인들이 애국심으로 들끓고 있을 때인 1990년 12월18일 오프 브로드웨이의 플레이라이츠 호라이존 극장에 <암살자들>을 무대에 올려 미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던졌다. 극작가인 존 웨이드만이 대본을 쓰고 손드하임이 작사·작곡을 맡은 이 작품은 대통령 암살자들을 주인공으로 무대에 올려 철저하게 그들의 시각과 입을 통해 정치적, 문화적으로 아메리칸 드림의 어두운 부분을 파헤치고 있다.

어느 유원지의 사격장에 링컨 암살범 존 윌크스 부스와 1963년 캐네디를 암살한 리 하비 오스왈드, 1981년 레이건 암살을 시도했던 존 힝클리 등 미국 대통령을 암살했거나 시도했던 남녀 9명이 모인다. 이들은 사격장 주인의 룰렛 순서에 따라 대통령을 쏠 기회를 얻어 저마다 총을 사서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다. 지극히 평범한 이들은 존 윌키스 부스처럼 거창한 변명도 있지만, 어느 곳에서도 출판해주지 않는 자신의 책을 알리고 싶다거나, 자신을 무시하는 친구들에게 존재를 증명해 보이기 위해, 숭배하던 여배우의 전화 한통을 받기 위해, 직장에서 해고된 분풀이 등 저마다 사소한 암살 동기와 과정을 이야기한다. 결국 그들이 쏜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우울한 세상, 꿈이 이뤄지지 않는 사회, 자포자기한 자기 자신인 셈이다.


이 작품은 지난해에도 리바이벌 공연돼 토니상에서 베스트 리바이벌 뮤지컬상을 비롯해 연출·남우조연·조명·오케스트레이션 등 5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뮤지컬 <토킨>과 <사랑은 비를 타고>를 연출했던 이동선씨가 연출을 맡았으며, <헤드윅>의 오만석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엄기준, <지킬 앤 하이드>의 최민철, <킹앤아이>의 오세준 등 내로라 하는 실력파 젊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연출가 이동선(37)씨는 “주제적인 면에서 이 작품은 미국 사회의 메인 스트림에서 배제된 타자들이 쓰는 역사”이라면서 “가장 평범한 인물들인 암살자들과 그들의 이야기가 다름아닌 나와 내 이웃의 것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고 말했다. (02)556-8556.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