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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강 김규진이 그린 <금강산만물초승경도> 앞에서 안휘준 문화재위원장이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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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정당 내전 6폭 등 언론공개 20세기 초 김규진, 김은호 등의 근대 그림 대가들이 서울 창덕궁 내전에 그렸던 벽화가 85년만에 공개됐다. 문화재 청(청장 유홍준)은 23일 오전 창덕궁 안에서 궁궐 내 소장 그림 설명회를 열어, 황제·황후의 내전 거실인 희정당·대조전·경훈각에 소장된 벽화 6폭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들 벽화는 1920년 내전을 새로 지을 때 내벽 장식을 위해 당대 일급 화가들을 시켜 비단에 채색해 그린 것들이다. 학계에 컬러 도판은 소개됐지만 그동안 그림과 건물의 외부 관람은 허용되지 않았었다. 벽화는 희정당에 있는 해강 김규진의 <총석정 절경도> <금강산만물초승경도>(195×880cm)를 비롯해 대조전에 있는 오일영·이용우의 합작품 <봉황도>, 이당 김은호의 <백학도>(이상 197×579cm), 경훈각에 있는 노수현의 <조일선관도>, 이상범의 <삼선관파도>(184×526cm) 등이다. 김규진의 벽화는 금강산의 만물상과 해금강 총석정의 절경을 파노라마 틀로 묘사한 대작. 가로길이가 약 9m에 달한다. 김규진의 절정기 작품으로 섬세한 채색과 장쾌한 구도의 산악 표현 등이 돋보이는 대표작이다. <봉황도> <조일선관도> 등의 나머지 작품들도 모두 가로 길이만 5m를 뛰어넘는 대작들로, 당시 10대 후반~ 20대였던 김은호, 이상범, 노수현, 이용우 등 대가들의 청년기 필력을 엿볼 수 있다. 회화사가인 안휘준 문화재위원장은 “전통 궁중 장식화와 근대 서구 화풍의 영향이 결합된 수작들로, 회화사적 가치가 높은 수준급 문화재”라고 평가했다. 한편 유 청장은 벽화의 보존상태를 분석해 고궁박물관 이전 또는 현장 보존 여부를 결정하고, 내년 말부터 내전 건물을 특별 관람 형식으로 개방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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