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6.28 18:18 수정 : 2005.06.28 18:18

●“…지혜의 신 팔라스를 낳는다” → 팔라스는 지혜의 신이 아님
● “크레테왕 미노스 2세와 파시에파의 아들 리비코스” → 리비코스가 아닌 글라우코스
● “트로이 전쟁에 목마를 만든것도 아테나이 사람” → 아테나이 사람이 아니라 에페이오스 사람들

‘이윤기씨 신화 전문가 맞아?’

이재호(70)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최근의 저서 <문화의 오역>(동인 펴냄)을 통해 던지는 의문이다.

이 교수는 이 책에서 이윤기씨의 <그리스로마 신화>(전3권)를 비롯한 5권의 저서와 <변신 이야기>, <장미의 이름>(개역판) 등 번역서의 문제점을 본격적으로 다뤘다.

<옥스퍼드 그리스로마 문학사전>, <그리스 신화사전> 등의 전거를 대며 조목조목 밝혀낸 이씨의 오류는 이 교수의 표현처럼 ‘문화의 오역’이라 할 만하다. 오류가 많고 중대하기도 하려니와 그의 책이 많이 팔린 까닭이다.

이재호 교수 ‘문화의 오역’ 잘못된 번역 조목조목 지적

가장 많이 발견되는 오류는 아이러닉하게도 신의 이름이다. <그리스로마신화-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를 살펴보자.

이윤기씨는 에로스와 에리스를 혼동하여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나른한 그리움의 여신 히메로스와 함께 늘 아프로디테 주위를 서성거”린다(95쪽)고 기술하고 있다. 그의 혼동은 “제우스에게 탄원하는 여신 테튀스”(216쪽)에도 이어지는데, 정확한 것은 아킬레우스의 어머니인 ‘바다의 요정’ 테티스이다. 그가 혼동한 테튀스는 여자 티탄으로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딸이다.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 사이에 서 있는 프톨레마이오스”(213쪽)에서 그는 트립톨레모스를 그리스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와 헷갈리고 있다.


“호라이 3자매 중 봄의 여신인 맏이의 이름은 탈로, 즉 꽃피우는 여신이라는 뜻이다”(91쪽)에서 이씨는 삼미신 중 하나인 탈레이아와 혼동하고 있다. 또 크레테왕 미노스 2세와 파시에파의 아들은 글라우코스인데도 리비코스라는 엉뚱한 이름을 대고 있으며(277쪽), 헤카톤케이레스의 3형제 중 막내의 이름을 귀게스가 아닌 기에스라고 적고 있다.

이밖에 “크리오스는 별들의 신 아스트리아토스와 지혜의 신 팔라스를 낳는다”(57쪽, 아스트리아토스→아스트라이오스, 팔라스는 지혜의 신이 아님), “무사이 9자매의 맏이 클레이오는 영웅시와 서사시를 담당한다”(222쪽, 클레이오는 역사의 시를 담당하는 신임), “아테네에 있는 바람의 집/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에게/아들이 여럿 있다. 서풍의 신/페퓌로스, 남풍의 신 노토스/북풍의 신 보레아스가 바로 이들이다”(246쪽, 여럿→여섯. 예로 든 셋은 아이올로스의 아들이 아님) 등도 신의 이름이 틀린 경우다.

사실과 다르게 기술한 것도 지적됐다. “트로이 전쟁 때 목마를 만든 것도 아테나이 사람”(6쪽)이라고 했으나 실은 에페이오스 사람들이다. 그는 또 “미노스왕은 아테나이왕을 협박해 해마다 12명의 선남선녀를 바치게 했다”(7쪽)지만 12명이 아니라 14명이다.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를 찾아가 아마 실타래를 건네주었다”(8쪽)는데, 그의 다른 번역서 <변신이야기>에서는 ‘명주 실타래’라고 적고 있다. “헤르메스는 대장장이를 불러 창으로 제우스의 두개골을 조금씩 까내게 했다”(96쪽)에서는 창이 아닌 도끼가 맞다. “시쉬포스는 저승 왕을 속인 죄로 산꼭대기로 바위를 굴려 올려야 했다”(237쪽)에서도 시쉬포스가 저승왕 하데스를 속인 게 아니라 타나토스(죽음의 신)를 속여 결박한 것이다.

땅 이름이 틀린 경우는 애교스럽다. ‘오트뤼스산’을 ‘오르튀스산’(68쪽)으로, ‘템페골짜기’를 ‘캄페골짜기’(71쪽)라고 적었다.

그리스어에 서툴러 표기가 틀린 사례(미노스왕국→미노아왕국, 기가시들→기간테스들, 아가우에→아가베로, 레르네→레르나) 외에 번역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왕비와 여왕의 뜻을 가진 queen은 무조건 여왕으로 번역하기)도 지적됐다.

대학에서 20년 이상 그리스 신화를 가르친 이 교수는 “이씨의 번역과 신화 해석은 엉터리”라며 “많이 팔린 만큼 그 피해도 커서 거의 공해 수준”이라고 말했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