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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04 19:20 수정 : 2005.07.04 19:20

내부서 883년 명문

국내에서 가장 오래 된 9세기의 목조 불상이 확인됐다.

경남 합천 해인사는 4일 오후 비로자나불상과 조성 연대가 적힌 복장(불상 내부)을 문화재 전문가들과 언론에 공개했다.

높이 127㎝, 무릎 폭 96.5㎝인 이 불상은 눈을 거의 감은 채 결가부좌로 앉아 지권인(검지를 쥠)을 하고 있다.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은 “팔만대장경 목판본을 소장하는 장경각 안 법보전 비로자나불상의 금이 벗겨져 개금(금칠) 불사를 하기 위해 복장을 열고 옻칠을 하던 중 조성 연대가 적힌 명문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복장에 든 판자엔 조성 연대인 ‘중화 3년’과 함께 신라 고위 관직인 대각간의 발원문으로 추정되는 문장이 적혀 있다.

중화 3년은 당나라 희종 때 연호로 신라 49대 헌강왕(875~886) 때인 서기 883년에 해당한다. 현재 학계에서 공인된 가장 오래된 예배 대상 목조불상으로는 1274년 만들어진 서울 안암동 개운사의 목조아미타불좌상이며, 고려 충렬왕 6년(1280년)에 보수된 기록이 최근 발견된 충남 서산 개심사 소장 아미타삼존불상이 더 오래 전에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해인사 비로자나불상은 국내 목조불상의 출현 시기를 400년 가까이 앞당긴 셈이다.

합천/조연현 노형석 기자 cho@hani.co.kr 사진 해인사 제공


“1천1백년간 거의 썩지 않았다” 탄성

해인사 ‘9세기 목조불상’ 모습 드러낸 날

%%990002%%4일 경남 합천 해인사 조사전에서 천막 안에 있던 비로자나불상이 공개되자 문화재 전문가와 취재진 등 100여명으로부터 신음이 새어나왔다.

목불은 새 개금불사(금칠)를 앞두고 기존의 금칠이 벗겨지고 검게 옻칠만 한 상태로 공개됐다. 눈을 거의 감은 채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머금은 얼굴은 ‘법열’(깨달음의 기쁨)과 ‘법신’(진리의 세계)의 실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비로자나불이란 깨달음을 형상화한 법신불을 말한다.

이 아름다운 목조불의 조성 연대 확인은 불교미술사에도 적잖은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 불상과 복장 내부를 확인한 불교미술사가 강우방 교수(이화여대)는 “전체적으로 신체에 견줘 얼굴이 크고, 풍만한 얼굴상과 능숙하고 유려한 옷주름 등이 8~9세기 통일신라 불상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며 “살이 통통하게 오른 느낌이 경주 남산 용장계나 남산 약수계 석불과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팔만대장경은 법보여서 거기에 모셔진 목불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해왔다”며 “그동안 왜 신라시대엔 목조불이 없을까 의아하게 여겨왔는데, 오늘 조성 연대를 확인하니 반갑다”고 덧붙였다.

보존 전문가인 김홍식 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관은 “불상 전체가 나무인데 거의 썩지 않고 보존 상태가 너무나 생생한 것이 놀랍다”며 “이는 장경각의 탁월한 보존 구조와 환경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990003%%지금까지 이 불상은 팔만대장경 목판본이 보관된 장경각 안 법보전에 있었으나 조선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돼 경남유형문화재 제41호로만 지정돼 있었다.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은 “이 불상의 개금불사는 1700년대와 5년 전까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 명문을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불상 내부에 기록물 등을 항아리에 싸서 넣는 복장 유물을 꺼낸 뒤 전등을 안에 비춰야 볼 수 있는 판자에는 세로로 왼쪽에 ‘中和三年癸卯此像夏節柒金着成’(중화3년계묘차상하절칠금착성)이, 오른쪽에 ‘誓願大角干主燈身○彌右座妃主燈身○’(서원대각간주등신○미우좌비주등신○)라고 적혀 있다. ○는 알아보기 어려운 글씨다.

왼쪽 문장은 ‘중화 3년 여름에 개금을 했다’는 내용이고, 오른쪽 문장은 ‘통일신라의 고위 관직인 대각간의 서원으로 이 불상을 조성했다’는 내용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인사는 이 불상의 개금불사를 마치고 9월1일 점안 법회를 한 뒤 100일 동안만 공개한다. 그 뒤로는 불상과 대장경 보존을 위해 일반에 개방하지 않을 계획이다.

조연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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