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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컨템포러리 발레 셀러브레이션’ |
무용수들의 자존심 건 불꽃경쟁
고전 발레와 모던 발레는 사용하는 몸의 근육, 양식이 상이해 경계를 넘나드는 일이 만만치 않다. 유니버설발레단은 2001년부터 각지 모던 발레를 소개해왔는데 현지 연출가가 ‘계급장 뗀’ 오디션을 통해 직접 무용수를 뽑아 지도했다.
무용수들의 자존심 대결은 ‘언제나’이지만, 이 컨템포러리 무대에 서기 위해 유독 도드라지는 유니버설 내부의 경쟁은 그래서 그 자체가 눈대목이다. 안지은(솔리스트)은 거의 자신을 위해 만들었다 할 부단장 유병헌의 <더 컬러즈>에, 연습 중 입은 팔목 부상으로 결국 서지 못했다. 때론 도도하기까지 한 강예나는 말 그대로 간판 발레리나인데, 아침 11시부터 하루 일정이 짜인 발레단에 9시부터 와서 스트레칭을 한다. 맏언니 임혜경(수석)은 황혜민이나 안지은에게 오디션 때 아예 움직이지 말라는 우스갯말도 던지곤 했다 한다.
모두 우아하게 다듬어진 발레무대의 살아있는 바깥 이야기다. 발레 무용수들은 대체로 술도 잘하고 끼도 많다. 엄재용(수석)은 랩과 비보잉이 일품이다. 차라리 비보잉은 모던 발레에 가까운데 그는 정작 단 한 차례도 제대로 된 모던 발레 무대에 서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시작했던 유니버설의 <컨템포러리 발레 셀러브레이션>(~3일·서울 문예진흥원예술극장)을 못 본 이는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다. 올 상반기 춤공연 가운데 가장 세련되고 유쾌했다. 코믹 연기를 온몸으로 풀어낸 강예나, 와신상담 처음으로 나초 두아토의 작품에 선 엄재용 등이 무대 뒤 세계를 보여준 크리스토퍼 휠든의 <백스테이지 스토리>는 특히 익살. 배역 무용수가 아닌 개인 무용수와 한참이나 친해진 느낌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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