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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하고 거부할 권리 있다 노래가 있었다. 슬펐다. 나는 20대의 젊은 여자였다. 젊은 남자들 군대가는 노래들은 항상 무겁고 떨렸다. 입영통지서 구경도 못해 본 젊은 여자인 나는, 또래 남자들이 보낼 그 시절의 무게를 알지 못했다. 우리 사는 시대에, 그깟 군대가는 일을 전쟁터 가듯 하는 처절함이 괜한 엄살 같았다. 그런데도 나는, 그 때도, 지금도 최백호나 김광석, 김민우의 입영 노래를 떠올리면 가슴이 주저앉는다. 대중가요의 대중적인 힘이다… 그랬다. 남자들의 입영은, 노래 속에서만 슬퍼하고 말 일이다. 젊은 여자인 나에게 있어 젊은 남자의 입영은 환상 속의 슬픔일 뿐이었다. 고통을 본다. 화난다. 나는 30대 후반의 늙은 여자가 되었다. 내 어린 시절엔 국군 아저씨였고, 젊은 시절엔 군바리 친구였던 그 남자들이, 너무나 앳된 어린 남자들임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 어른인간이 되기 시작하는 반짝이는 나이의 남자들이다. …휴전선 근처에서 잠을 자던 앳된 이들이 죽었단다. 죽어가던 그들의 고통과 울부짖는 가족의 슬픔을 본다. 구경꾼인 나는, 그들 비극의 손톱 깊이 정도에도 그 마음이 닿지 못한다. 미안하지만 그렇다. 그들은 아프고, 나는 화가 난다. 김 일병이 정신질환자이든 말든, 나중에 정신을 차리든 말든, 그는 그들 죽음에 대한 개인적 죄과를 받을 것이고, 죽을 때까지 받아 마땅하다. 인생에 공짜없고, 살인에 용서없음을 알도록 그가 죽을 때까지 고통주자, 온 국민 똘똘 뭉쳐서… 그런데 이렇게 김 일병만 작살내는 것으로는 화도 안 풀리고, 죄의식은 커진다.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이상은 금기에 뒷짐질 수 없다. 현재의 병역제도는 부당하다. 이젠 의무와 권리가 싸워야 할 때다. 군대는 명령과 복종이 인간관계의 핵심인 특수한 조직이다. 또한 남성들만으로 역할 구성된 비정상적인 사회다. 무기들고 인간 살상법 가르치는 위험공간이다. 이런 특수 조직의 인력 선발 과정에 전문적인 정신진단 절차가 없었다면, 그것은 국가의 업무 태만이다. 또한 특수한 공간과 체계와 상황 속에서 분명히 극대화될 젊은 조직원들의 긴장감과 심리적 돌발성에무심한 채 전문적인 심리 치료사의 보조 관리체계도 주어지지 않았다면, 이 또한 국가의 부실관리다. …조직원이 거의 모든 한 세대의 남성국민일 이 거대한 군사 인력관리가 힘에 부친다면, 그 수를 줄여 현대전에 합당한 효율적이고 정예화된 인력 시스템을 도입할 일이다. 모병제다. …국방비 탓을 할 거라면, 주한 미군에 전 자금을 지원하는 부당한 국방예산의 심의가 있어야 되며, 미국 군사업체에 강매당하는 고물 무기 매입을 거부할 일이다. 한미군사협정의 재고다. 이런 일이 지금 당장 힘들거나 혹은 영원히 힘들다고 말할 거라면, 오로지 애국심만으로 자신의 인생 일부를 바친 이들에게 다른 무엇을 줄 수 있는지, 국가는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월급 삼, 사만원, 짬밥, 담배… 더 줄 것이 없나? 정말로? 국민이 준 만큼, 국가도 주어야 한다. 국가는 그들 인생의 2년을 갈취하는 만큼, 그들 인생 2년의 보호자가 되어 주어야 한다. 병역법은 명백한 착취만 행해왔다. 거기다 국민적 죄의식을 이용한 사기극만 난무케 만들었다. 합리적 군사시스템의 설계는 없이 무작정 군대가는 게 애국임을 과장하고, 양심적 병역거부는 불평등이라 둘러대며, 그 자체로 고쳐져야 할 재외동포법은 되도 않는 병역문제와 국적문제로 맞불놓는 정치 장난질로 둔갑했다. 여러모로 생쇼다. 병역문제에 민감한 국민은 이런 식으로 국방의 의무에 우롱당한다.
우리의 병역제도는 공짜로 젊은 인생을 거두어 들이고, 살해극을 차단할 별 다른 대책도 없이 군대를 조직한다. 국민은 국가와 그 제도를 욕하고 거부할 권리가 있다. 김 일병이 알아야 하는 하는 것을, 국가도 알아야 한다. 인생에 공짜없고, 살인에 용서없다 막막한 마음으로 나의 편파적인 막글쓰기의 끝을 맺는다. 인정옥/ 드라마작가, <네 멋대로 해라> <아일랜드> 인정옥씨는 작품 활동 때문에 기고를 마칩니다. 소설가 정이현씨가 인씨를 대신해 영화평론가 허문영씨와 함께 격주로 이 난을 이어갑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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