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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06 17:58 수정 : 2005.07.06 17:58

소외계층 웃음거리로 ‘기막힌 실험’

노숙자 이불 악취 얼마나 심한가 측정

지난 2일 저녁 7시 방영된 에스비에스의 파일럿 프로그램 ‘선택! 기막힌 실화’가 소외계층인 노숙자 문제를 단순한 웃음거리로 희화화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과 사고를 미리 숙지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시청자들에게 알려준다는 취지로 기획돼, 사건 관련 실존 인물과 담당 수사관 등의 인터뷰, 사건 관련 실험 등 사실성을 높여주는 내용을 주로 담는다는 게 방송사쪽 설명이다.

이날 방송된 ‘노숙자 이불 증발사건의 진실’편에서는 지난 2001년 2월23일 새벽 한 지하철역에서 잠자던 노숙자의 이불이 없어진 사건이 재연됐다. 이불 증발사건의 개요를 ‘문제’ 화면으로 보고, 정답을 가정한 예시 화면 4개에서 ‘정답’을 찾아보는 형식의 이날 방송에선, 지하철역 인근에서 열릴 인기그룹의 공연을 좋은 자리에서 보기 위해 밤을 새던 여학생들이 추위를 피하려고 노숙자들의 이불을 가져갔다는 것이 정답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제작진은 깔끔한 여학생들이 어떻게 노숙자의 더러운 이불을 덮을 수 있었을까 궁금하다며 악취 측정기로 냄새를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 사람의 입냄새와 농구화, 공중화장실, 노숙자 이불의 냄새를 차례로 측정해 이불의 악취(901)가 공중화장실(594)보다 훨씬 심하다는 측정결과를 보여줬다.

노숙자 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나영(서울 종로구 혜화동)씨는 “제대로 씻지 못하고 길바닥에서 잠을 자는 노숙자의 이불에서 냄새가 많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그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노숙자 이불의 악취가 심각하다는 것을 실험까지 해가며 방송에서 보여줘야 하느냐”고 분개했다.

서울기독교청년회 시청자시민운동본부 안수경 간사는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기 위한 오락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소재가 되는 사람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고 희화화의 대상으로만 삼는 것은 문제”라며, “적어도 지상파 방송이라면 아무 소재를 써서라도 웃음만 유도하면 된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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