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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설움 연주만으로라도 풀고 싶다” ‘오케스트라의 혁명가’ 함신익(48)씨가 대전시립교향악단을 이끌고 서울 나들이에 나선다. 그와 대전시향은 9일 오후 4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비엔나의 두 거장, 위대한 모차르트와 말러’라는 이름으로 서울 연주회를 벌인다. 지난달 10일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2005 교향악 축제’에 참가한 지 한달만이다. 또 10월29일에는 역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한·일수교 40주년 기념 연주회’가 예정되어 있다. 지난 5~7월 안양과 의정부, 안산에서 벌인 연주회를 합친다면 사실상 그의 수도권 나들이는 6번이나 되는 셈이다. 지난해부터 한국 최고의 교향악 전문 연주단체로 손꼽히는 대전시향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증거다. 4년걸쳐 단원들 단련시켜
한국 최고수준 앙상블 변신
“서울시향 변화 너무 늦어” “대전시향이 변화하는 속도를 서울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 싶기 때문입니다.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모두 지방이라고 덤터기 씌우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어요. 엄청난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데도 지방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또 지방에 있기 때문에 잘 모르는 것같아요.” 지난 주말 대학로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함신익씨는 “지방의 설움을 오케스트라만으로라도 풀어주고 싶다”고 서울 연주회의 배경을 설명했다. 함씨는 최근 서울시향의 변화에 대해 너무 늦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미 대전시향은 2001년부터 내부 변화의 과정을 겪고난 뒤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앙상블로 태어났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오케스트라 단원은 생활의 수단으로 음악을 하지만 외국은 음악 자체를 즐기려고 한다”면서 “연주 단원들의 ‘요령 피우는 것’을 없애는 데 4년이나 걸렸다”고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그동안 트롬본과 팀파니, 바순, 악장 등 주요한 자리에는 실력있는 외국 연주자들로 물갈이를 하면서 오케스트라를 튜닝했으며, 연주 레퍼토리를 철저하게 전체 단원이 다 참여할 수 있는 작품으로 선택해 단원들을 단련시키고 자신감을 불어넣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연주회 때마다 무대 위에 여러분보다 멋있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죠. 이제는 단원들이 음악을 즐기는 것같아요. 한 여자 단원이 외국 유학을 떠나면서 ‘내 연주 시디를 듣고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했어요. 저에게는 그 이상의 보상이 없는 것같아요.”
함씨는 지난해 미국 순회공연 가운데 볼티모어 연주회를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거의 잠을 자지 못한데다 콘트라베이스의 상태가 엉망인 탓에 어렵게 악기를 빌려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을 연주하는데 4악장에서 죽음을 보았다. 식은 땀이 나고 거의 졸도 직전까지 갔지만 연주가 너무 좋아 단 뒤의 레인에 기대서 지휘를 끝낸 뒤 결국 엠뷸런스 차에 실려갔다. “지휘자는 섬기는 사명, 선생의 사명, 학생의 사명, 영감을 주는 사명을 갖춰야 합니다. 제가 지휘자를 택한 까닭은 비록 재능은 부족하지만 남보다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았기 때문이죠.” 현재 미국 예일대 교수인 그는 음대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예일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까지 맡으면서 1년 가운데 석달 정도밖에 한국에서 지낼 수 없다. 그는 “이 짧은 시간들을 잊혀지지 않을 연주회로 꾸밀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1년 대전 연주회에서 말러의 <교향곡 1번> 연주를 시작으로 해마다 ‘말러 교향곡 시리즈’를 해나가는 것이 그런 까닭이다. 오는 9일 서울 연주회에서 말러의 <교향곡 3번>를 선택한 것도 “대전 관객뿐만 아니라 서울 관객들에게 웬만해서는 라이브 연주로 쉽게 접할 수 없는 작품을 선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의 ‘말러 시리즈’는 2003년 <교향곡 5번>, 지난해 <교향곡 2번>, 올해 <교향곡 3번>에 이어 2005년 일본 연주회에서 <교향곡 1번>으로 이어진다.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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