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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08 11:48 수정 : 2005.07.08 11:48

창작의욕 꺽어

"이런 일로 작가들의 이름이 세간에 오르내리는것 자체가 부끄럽습니다.

같은 작가로서 자존심도 상합니다.

" '이런 일'이란 한국소설가협회 전 회장 정모(71) 씨 등이 국고보조금 7억여원을횡령한 혐의로 7일 검찰에 구속된 사건을 가리킨다.

소설가협회 간부들은 2000년 4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문화관광부로부터 '스토리뱅크' 사업명목으로 지원받은 국고보조금 18억원 중 7억여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하거나 주식에 투자하는 등 횡령한혐의를 받고 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전업 소설가 이모(47) 씨는 "경제적 어려움과 창작의 고통이라는 이중고에 놓여 있는 많은 작가들의 창작의욕을 꺾는 일"이라며 "정치니 뭐니썩었다고들 이야기해도 문화계는 깨끗하길 바라는 것이 세상사람들의 마음 아니겠으냐"며 개탄했다.

이른바 '스토리뱅크'는 전설, 민담, 설화에서 고전소설, 현대소설에 이르기까지모든 문학작품을 원고지 30장 분량으로 요약해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하는 사업.영상매체의 발달과 인터넷문화의 급속한 확산에 따라 스토리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반해 창작활동은 위축되는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스토리뱅크'는 관련 세미나 등을 거쳐 2000년 10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며의욕적으로 출발했다.


2004년까지 25억원을 투입해 5만여 편의 스토리를 DB화한다는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스토리 빈곤을 겪는 영화.연극.만화.애니메이션.게임.뮤지컬 등 문화산업 전분야에 다양한 스토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됐다.

무엇보다 이 사업은 최근 영상매체 등의 발달로 '문학의 위기'가 거론되며 작가들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상황에서 시작됐다.

다시 말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작가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고, 이를 통해 창작의욕을 높이자는 취지였던 것이다.

그러나 운영주체인 소설가협회 간부들은 허위영수증 발급 등으로 작가들에게 원고료를 지급한 것처럼 꾸민 뒤 횡령한 돈을 개인의 생활비, 오피스텔 구입, 주식투자 등의 용도로 썼다고 한다.

작가들의 허탈감은 원고료를 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작가적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점에서 온다.

이모 씨는 "당초 실효성에 의문이 들어 스토리뱅크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면서도 "금전적 지원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작가들의 생계에 얼마간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그것이 곧바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회적 풍토가 만들어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문화예술계에 대한 정부지원금의 사후관리에도 많은 허점을 드러냈다.

문화부는 '스토리뱅크' 사업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더이상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지 말 것을 소설가협회에 경고했다.

이어 2004년에는전년도 국고보조금의 잔액을 환수했다.

이후 이 사업은 지난해 7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으로 이관돼 사이버문학광장 등 포털사이트 구축사업으로 바뀌었다.

문화부 관계자는 "지원금에 대한 감사는 장부로 하는 것이어서 진위를 파악하기힘들다"며 "한두 사람이 아니라 전 직원이 짜고 허위장부를 만들 경우 위조서류를판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후관리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이로 인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문화예술계가 회계 개념이 약해 지원금에 대한 정산이 제대로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고, 기업메세나를 통한 지원도 이런 점 때문에 종종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문화예술계에 회계관련 교육을 시키고 매뉴얼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문화예술계에 대한 지원사업은 최근들어 문화부에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으로 이관되는 추세에 있다.

따라서 문예진흥원이 올해 복권기금 52억2천만원으로 시작한우수문학도서 선정사업 등이 실효를 거두려면 사업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안된다.

문화예술계에서 또다시 '횡령'이나 '나눠먹기' 같은 구태가 반복된다면 그나마 힘들게 유지되는 올곧은 작가들의 위상마저 뿌리째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http://blog.yonhapnews.co.kr/chuuki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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