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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논술 세미나
〈이기적 유전자〉1. 불멸의 존재 유전자
2. 프로그래맹 된 행동
3. 암컷과 수컷의 전쟁
4. 새로운 자기 복제자 ■ 책소개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홍영남·이상임 옮김/을유문화사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 1장에 “나의 목적은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의 생물학을 탐구하는 것이다”라고 썼다. 유전자의 세계는 비정한 경쟁과 속임수, 그리고 끊임없는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도킨스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이기성이 어떻게 이타성을 유발하는지 살피고, 이타성이 사실은 이기성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도킨스에 따르면 인간에게 집단은 물론 개인도 중요하지 않다. 인간은 유전자 단위로 분해된다. 인간은 유전자의 생존을 위한 기계일 뿐이다. 도킨스의 생각은 마르크스·레비스트로스 등 인간의 주체성에 회의적이었던 결정론과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결정론에 비해 더욱더 강력하다. 진화생물학이라는 과학을 동원해 구체적인 실험 결과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 풀무질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 부모는 그 어떤 자식도 소중하게 여긴다는 말이다. 그러나 도킨스에게는 근거 없는 낭설일 뿐이다. “나(도킨스)는 어머니를 하나의 기계로 취급한다. 이 기계의 내부에는 유전자가 들어앉아 있고 이 기계는 그 유전자의 사본을 퍼뜨릴 수 있는 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다.” (<이기적 유전자> 8장) 도킨스에 따르면 부모가 자식을 돌보는 건 그의 몸속 이기적 유전자가 자신의 사본을 계속 퍼뜨리기 위해 엄마와 아빠를 조종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부모는 자식을 기를 때 어떤 자원과 노력을 투입해야 가장 효과적으로 자신의 많은 유전자 사본을 보존할 수 있는지만 고민한다. 여기서 근연도(relatedness)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근연도란 편의상 혈연관계에 있는 두 사람이 1개의 유전자를 공유할 확률이다. 이기적 유전자의 관점에서 볼 때 근연도가 높은 개체에게 이타성을 더 강하게 발휘하는 건 당연하다. 그래야 유전자가 1개라도 더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젖을 떼는 것도 이기적 유전자의 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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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에서 자라고 있는 태아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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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질 저출산은 ‘이기적 유전자’의 조종 동물들은 스스로 인구 조절을 한다. 이 현상을 대개 개별 동물이 집단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이고 이타적으로 스스로 출생률을 낮춘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도킨스는 동물의 산아 제한은 집단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번식 중인 개체의 이익을 위해 실행한다고 본다. 새는 어떤 종류든 그 종에 고유한 수의 알을 낳는 경향이 있다. 바다오리는 한 번에 1개, 칼새는 3개, 박새는 6개 남짓 알을 품는다. 만약 칼새의 한배 알 수가 3개인데 4~5마리를 낳는다면? 각각의 새끼에게 분배되는 먹이의 양이 부족해진다. 어른이 될 때까지 살아남는 새끼가 거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산아 제한은 이용 자원의 고갈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낳은 새끼들 중 생존자 수를 최대화하기 위해서 시행한다. 개체에서 너무 많은 수의 새끼를 가지도록 하는 유전자는 유전자 풀 속에 계속 살아남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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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대구 달성군 옥포면 반송초등학교 신입생은 단 한 명뿐이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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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금질 중국인 노점상이 나를 구해 준 이유 1993년 8월 기자는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 후배 3명과 함께 여행을 갔다. 당시 중국 열차표는 정상적으로 구입할 수 없었다. 항상 암표를 사야 했다. 광저우 역 앞에 서 있으니 30대 초반의 암표상이 접근했다. 암표상은 처음에 정가의 5배를 불렀다. 그런데 그가 보여 준 표가 미심쩍었고 너무 비쌌다. 우리는 “사지 않겠다”고 했다. 암표상은 10분 뒤 다시 나타났지만 표는 역시 가짜였다. 우리는 또 거부 의사를 표시했고, 그 과정에서 암표상과 약간의 시비가 붙었다. 짜증 난 얼굴로 사라졌던 그 남자는 20분 뒤 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솔깃한 제안을 했다. “저쪽으로 가자. 거기 가면 진짜 표가 있다. 가격도 3배만 받겠다.” 그의 손가락은 광저우 역전에서 200m 정도 떨어진 골목길 안쪽을 가리켰다. 날은 자꾸 어두워지고 마음은 급했다. 갈까 말까 망설이는 바로 그 순간 우리 옆에서 콜라를 팔던 노점상이 슬쩍 눈짓을 했다. 가지 말라는 표시였다. 암표상은 계속 우리를 유혹하다 뜻을 이루지 못하자 험한 욕을 내뱉고 사라졌다. 노점상은 말했다. “당신들 저쪽으로 갔으면 죽었을 것이다.” 노점상이 이타심을 발휘한 이유는 뭘까? <이기적 유전자>의 관점에 따르면, 그는 우리를 구해준 대가로 콜라를 팔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러나 눈짓을 보내다 암표상에게 들켰다면 되레 그의 목숨이 위험해졌을 것이다. 콜라 한 병의 기대이익에 비해 위험이 너무 크다. 그와 우리는 말과 풍습이 다른 외국인이다. 같은 중국인이라는 동포애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더구나 우리는 잠시 광저우 역을 지나는 여행객으로 다시 노점상을 만날 일이 없다. 극악하게 상상한다면 노점상과 30대 남자가 서로 연기를 했을 수 있다. 감동적 장면을 연출한 뒤 콜라를 팔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정도 연기력에 비해 콜라 판매로 얻는 이익이 너무 적었다. <이기적 유전자> 6장에는 이와 비슷한 상황을 설명하는 내용이 있다. 돌고래는 이타적 행위를 잘 한다. 돌고래는 가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도 하는데 도킨스는 “물에 빠진 무리 내 구성원을 돕기 위한 규칙이 잘못 사용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아기 돌고래들이나 상처를 입어 수면까지 뜨지 못하는 개체들을 같은 무리의 동료들이 도와서 수면으로 떠올리기도 한다. 물에 빠진 무리의 구성원에 대한 정의는 대략 ‘수면 가까이에서 숨을 못 쉬고 허우적대는 기다란 물체’일 것이다. 도킨스의 설명을 따라가면 우리를 구해준 그 중국인 노점상은 ‘규칙을 잘못 적용한’ 돌고래와 비슷하다.
■ 벼리기 아래 논제를 읽고 글을 쓴 뒤, <아하! 한겨레> 누리집(www.ahahan.co.kr)에 올려 주세요. 잘 쓴 글을 선택해 ‘통합논술 세미나’에 실어 줍니다. 1. 아래 지문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물론 우리 인간은 너무 많은 아이를 가진 가정의 아이들이 굶어 죽는다 해도 아무런 대책이 없었던 옛날의 이기적인 방법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가족을 경제적인 자급자족 단위로 하는 것을 폐지하고 그 대신에 국가를 경제 단위로 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에 대한 생활 보장의 특권은 결코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 피임은 종종 ‘부자연스럽다’고 비난받는다. 그렇다. 극히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복지 국가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우리의 대부분은 복지 국가를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부자연스러운 복지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자연스러운 산아 제한을 실행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연 상태에 있는 것보다 더 비참한 결과에 이를 것이다. 복지 국가란 지금까지 동물계에 나타난 이타적 시스템 중 아마도 가장 위대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이타적 시스템도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다. 그것은 그 시스템을 착취할 만반의 준비를 갖춘 이기적 개체에게 남용당할 여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키울 수 있는 것 이상의 아이를 낳은 사람들은 대개의 경우 무지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므로 그들이 의식적으로 악용을 꾀한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나는 다수의 아이를 낳도록 의도적으로 선동하는 지도자나 강력한 조직에 대해서는 그 혐의를 풀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기적 유전자> 7장 ① ‘다만 나는 다수의 아이를 낳도록 의도적으로 선동하는 지도자나 강력한 조직에 대해서는 그 혐의를 풀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말의 정확한 의미를 300자 안팎으로 써 보시오. ② 제시된 지문의 관점에서 현재 한국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내놓는 이유가 무엇인지 쓰시오. 그리고 글쓴이가 생각하는 저출산 대책을 밝히시오. (1200자) 2. 1912년 호화 여객선 타이태닉이 빙산에 부딪쳐 침몰했다. 당시 탑승객은 2224명이었지만 구명정 총 수용인원은 1178명이었다. 빙산에 충돌한 지 2시간 40분 만에 가라앉아 생존자는 711명에 불과했다. 선장은 구명정에 승객을 태울 때 “여자와 어린이 먼저”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따라서 남녀 성인과 어린이별로 살아남은 비율이 다르다. 어린이 생존율은 72.3%, 성인 여성은 79%, 성인 남성은 19.8%다. 승객 객실별로 따지면 차이가 더 크다. 1·2등칸에 탄 어린이와 성인 여성의 생존율은 91.5%지만, 같은 칸에 탔던 성인 남성은 20.5%만 살아남았다. 이기적 유전자의 관점에서 이 사건을 분석하시오. (80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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