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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1 18:15 수정 : 2005.07.11 18:15

구본주씨 유족-보험사간 보상액 산정 법정싸움

조각가의 법적 정년은 몇살일까. 조각가는 일용노동자인가, 전문직 종사자인가. 2003년 9월 교통사고로 숨진 조각가 구본주(당시 37)씨의 보상액 산정 기준인 정년 범위와 직종 성격을 놓고, 유족, 미술인들과 보험사 삼성화재 사이에 시비가 일고있다.

논란의 발단은 유족들이 원고로서 제기한 배상청구 소송에서 비롯됐다. 올 2월 법원이 노동부 임금구조 통계에 바탕해 고인의 신체 가동 연한(정년)을 65살로 인정하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자 삼성화재쪽이 즉각 정년을 60살로 줄여야 한다며 항소한 것이다. 고인이 상당한 제작기간과 대단한 육체 노동이 필요한 미술장식품 제작활동을 주로 한 만큼 육체적 가동연한은 60살로 봐야 맞다는 논리다. 보험사쪽은 육체노동이 덜 필요한 인테리어 디자이너에 60살까지 가동연한을 인정한 서울 고법 판례도 근거로 제시했다. 소득액도 고인이 대학 시간강사를 시작한 뒤 수입이 도시 일용직 노임에 못 미치는데다, 예술활동 수입은 입증할 자료가 없으므로 도시 일용 노임에 맞춰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험사쪽은 “예술가 정년에 대한 명확한 판례가 없어 상급심 판단을 받아보려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족들과 고인이 활동했던 민족미술인협회(민미협) 등의 미술인들은 지난달 말 대책위(위원장 김천일)를 꾸려 성명을 내고 4일부터 을지로 삼성화재 사옥 앞에서 매일 일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책위쪽은 지난 4일 성명에서 “유망 예술가의 창조성과 상상력을 기계부속 취급하려는 의도”이자 “돈으로 환산되지 못하는 예술의 존재 가치를 무시하는” 자본의 논리가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국내 최대 사설 미술 컬렉션인 삼성가 산하 계열사에서 이런 반예술적 행태를 보일 수 있느냐는 정서적 반감도 없지 않다. 미술계는 이번 논란이 모호한 예술인들의 법적 지위와 정년 규정을 공론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결과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현재 상급심인 대법원 판례에서 예술인 정년은 소설가를 65살로, 민요풍 가수를 60살로 인정한 선례가 있으나, 미술인은 뚜렷한 판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삼성화재쪽은 파문이 커지자 유족쪽에 방송 보도를 막는 것을 전제로 항소취하를 제안했으나 유족이 응하지 않자, 항소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최근 통보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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