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12 17:54
수정 : 2005.07.13 13:36
“긍구당 소장본 이용준이 훔쳐 팔아” 박영진씨 주장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간송미술관 소장)은 장물이다.”
안동 출신으로 현재 부산 동래여중 교사로 재직하는 박영진(41)씨는 8일 발간된 한글학회 기관지인 <한글새소식> 제395호에 기고한 ‘훈민정음 해례본의 발견 경위에 대한 재고’라는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글에서 박 교사는 해례본이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1940년 8월 경북 안동군 와룡면 주하리 진성 이씨 이한걸(1880~1951) 집에서 발견된 세전가보가 아니라 실제는 같은 안동지역 광산 김씨 종택인 긍구당(肯構堂) 소장본을 이한걸씨의 셋째아들 이용준(1916~?·월북)이 훔쳐 간송 전형필에게 팔아먹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 자모 창제의 원리를 전하는 귀중한 문건이다.
이런 주장의 근거로 박교사는 1991년 10월 광산 김씨 종손 김대중(75)씨가 박 교사한테 보낸 편지를 들었다. 박교사는 김대중씨의 셋째아들과 고교동창으로 몇차례 긍구당을 방문했다.
편지 내용을 보면, 해례본을 빼돌린 이용준은 김씨한테 고모부가 된다. 김씨의 할아버지 김응수(1880~1957)는 사위인 이용준을 매우 아껴, 사위가 긍구당에 올 때마다 마음껏 책방을 이용하게 했다. 이용준은 이를 기회로 <매월당집>과 함께 <훈민정음 해례본>을 빼돌렸다. 당시 이용준은 성균관대 전신인 경학원에서 수학하며, 국문학 연구자인 김태준에게서 강의를 듣고 있었다. 이에 이용준은 긍구당에서 빼낸 <매월당집>과 <훈민정음 해례본>을 김태준과 짜고서 전형필에게 팔아넘겼다는 것이다.
김씨는 편지에서 열살 무렵 할아버지가 사위 이용준한테 “너 이놈! 공부한 선비가 책을 훔치다니 다시는 내 집에 발걸음을 하지 말아라!”며 꾸중하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고 증언했다.
박 교사는 간송미술관 소장 해례본에 서문과 발문 부분이 없는 것은 이용준이 긍구당 소유임을 숨기기 위해 장서인이 찍힌 부분을 뜯어낸 탓이라고 주장했다. 김대중씨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서문을 이용준씨가 다시 써서 붙였다는 데 긍구당에 남아있는 그의 필적과 대조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이용준씨가 장인한테 <매월당집>을 모르게 가져가서 큰 죄를 지었다면서 사죄하는 내용의 41년 12월31일(음력) 편지도 남아있다면서 <매월당집>과 함께 해례본을 가져갔으니 그 편지도 방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뒤늦게 사실을 밝히는 데 대해 김씨는 “보상을 바라서가 아니라 억울해서”라면서 자신이 살아있을 때 사실이 바로잡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완수 간송미술관장은 “세세한 사정을 아는 김씨 집안에서 그렇게 주장한다면 아마도 사실일 것”이라면서 굳이 필적을 대조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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