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7.13 18:38 수정 : 2005.07.20 20:16

프리다 칼로

서은영의트렌드와놀기

생각보다 더 마음이 아팠다. 그의 눈빛에서 절망과 고통이 절절히 느껴졌다. 이건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가족을 만나려고 영국 런던에 갔다가 오랜만에 테이트 모던(Tate Modern) 미술관을 찾았다. 이곳은 템스 강변 남쪽 사우스뱅크에 있는 현대 미술관으로 화력 발전소였던 건물을 2000년에 미술관으로 개관한 곳이다. 미술관에서는 마침 프리다 칼로 특별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영화나 책으로 밖에 본 적이 없는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기대하며 난 좋은 기삿거리를 찾았다고 좋아했다. 마침 세계를 강타한 에스닉 트렌드와 그의 의상이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하며 전시회장을 들어선 나는 곧바로 후회하고 말았다.

프리다 칼로의 그림은 영화나 책 속에서 보았던 것과 달랐다. 그의 눈빛이 너무 고통스러워 내 가슴까지 조여 들면서도 그 아름답고 화려한 색채에 넋을 잃고 말았다. 그는 언제나 멕시코 의상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정교하게 그려진 레이스와 전통 자수, 머리에 장식한 화려한 꽃, 겹겹으로 낀 팔찌들이 원색적인 배경과 함께 어우러져 캔버스 구석구석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렇게 가슴이 뛰는 그림을 보고 겨우 패션 트렌드와 연결시켜 기사를 쓰려했던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전시회장을 나와 휴게소에 들어갔다.

순간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이런 광경은 미술관을 많이 찾는 나도 처음 봤다. 프리다 칼로에 대한 책과 포스터가 가득한 상점 한쪽 벽면은 그가 가장 화려한 의상을 입고 찍은 사진이 커다랗게 확대되어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그가 했던 것과 비슷한 종류의 액세서리가 진열되어 있었다. 조각된 상아 목걸이, 멕시코 스타일의 은세공 귀걸이, 작약 꽃 모양의 화려한 머리핀들, 겹겹으로 낄 수 있는 나무 팔찌, 알록달록 원색의 가방, 심지어 그의 의상을 그린 종이 인형놀이까지 정말 다양한 상품들이 개발되어 판매되고 있었다. 난 그들의 상술이 너무 얄미웠고 화가 났다. 그의 아픔과 분노가 이런 유행 상품들로 이용되었다는 사실에.

그런데 전시회를 구경하러 온 학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보기에도 예술에는 전혀 관심 없어 보이는 아이들은 프리다 칼로가 했던 것과 똑같다고 좋아하며 액세서리들을 샀다. 순간 이들의 상술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예술 작품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소녀들은 그것을 가지고 놀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프리다 칼로의 색상을 익힐 것이고, 머나먼 멕시코 문화를 접하게 될 것이다. 또한 판매 수익의 일부는 멕시코 문화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을 멀게 생각하는 대중을 위해 다양한 상품과 기획을 제시하는 이들이 부럽기까지 했다. 죽은 뒤에도 크게 빛을 보지 못한 프리다 칼로가 보다 많은 사람들과 세대에 알려진다는 것은 정말 굉장한 일이다. 테이트 모던 미술관 홈페이지(tatemodern.co.uk)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