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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이후 최초로 성사된 ‘남북작가대회’가 20~25일 평양과 백두산, 묘향산 등지에서 열린다. 사진은 1989년 3월 판문점 남북작가회담 예비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사무실을 나서는 민족문학작가회의 소속 문인들. 이들은 결국 도중에 경찰에 연행되었고, 회담은 무산되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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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작가대회’ 평양서 20일부터 200여명 참석 ‘대회 연례화’ 등 논의
백두산 올라 ‘통일문학 해돋이’ 행사
해방과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과 북의 문학인 2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인다. 고은, 신경림, 송기숙, 백낙청, 임헌영, 김종해, 이근배, 현기영, 황석영씨 등 남쪽 문인 98명은 20~25일 북한의 평양과 백두산, 묘향산 등지에서 열리는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민족작가대회)에 참가차 20일 오전 10시 고려항공 전세기 편으로 인천공항을 출발한다. 이들은 서해 직항로를 거쳐 이날 오전 11시 평양에 도착해 오후 3시 인민문화궁전 회의실에서 열리는 본대회를 시작으로 공식 행사에 들어간다. 남쪽의 민족문학작가회의(작가회의)와 북쪽의 조선작가동맹(작가동맹)이 공동 주관하는 민족작가대회에는 장혜명 작가동맹 부위원장과 오영재·박세옥·리호근(이상 시인)씨, 홍석중·남대현·백남룡(이상 소설가)씨 등 북쪽 문인 100여명과 아나톨리 킴(러시아), 이언호(미국)씨 등 해외동포 문인들도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염무웅 작가회의 이사장은 18일 남쪽 참가단을 대표해 발표한 ‘서울 출발 성명’에서 “이 만남은 분단문학의 역사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며, 전쟁과 폭력에 신음하는 전세계 민중들에게도 한줄기 햇빛과 같은 밝은 소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작가회의는 이와 함께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와 중국 소설가 모옌, 베트남의 휴틴과 반레, 그리고 팔레스타인 작가 자카리아 모하메드 등 해외 문인들이 보내 온 축전을 공개했다. 대회 첫날 열리는 본대회는 남북 양쪽 대표단의 단장 격인 고은 시인(작가회의 통일위원장)과 김병훈 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위원장의 인사말과 민족작가대회의 추진 경과 보고, 이번 대회의 안건 발표 및 상정 등의 순서로 이어지게 된다. 대회 참가자들은 이튿날 이광수와 안재홍 등이 묻혀 있는 룡궁리 ‘재북인사 묘’와 1948년 김구와 김일성이 회담을 벌였던 대동강 가운데의 쑥섬을 비롯해 평양시내를 참관하고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을 관람하며, 22일 비행기 편으로 백두산으로 옮겨 가 행사를 속개한다.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23일 새벽 백두산 정상에서 열리는 ‘통일문학의 해돋이’ 행사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서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면서 양쪽 시인 세 사람씩이 나와 자신의 시를 낭송하고, 원로 문인들은 민족문학과 겨레의 앞날에 서광이 비추기를 축원하는 연설을 한다. 백두산 행사를 마친 문인들은 23일 다시 평양을 거쳐 이번에는 육로로 묘향산으로 향한다. 묘향산에서는 양쪽 문인들의 친교를 다지기 위한 분반 활동 방식의 소모임 행사가 열린다. 한편 이날 대회 참가자들은 이번 대회의 안건을 수렴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공동선언문에는 대회의 연례화 및 상설화 등을 포함해 양쪽 문인들의 교류와 협력을 위한 방안들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보현사와 국제친선전람관을 관람하고 상선암을 등반한 일행은 평양으로 돌아와 이날 저녁 인민문화궁전에서 폐막연회를 열고 대회 성과를 점검하는 한편 다음 대회를 기약하게 된다. 남쪽 참가자 98명은 25일 오후 3시 평양을 출발해 역시 서해 직항로를 거쳐 4시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해산한다.
민족작가대회는 당초 지난해 8월 말 열릴 예정이었으나, 남북 양쪽 사이의 관계가 나빠지면서 무기한 연기돼 왔다. 2003년 8월 평양을 방문한 김형수·정도상씨 등이 처음 말을 꺼낸 뒤 2004년 4월 중국 연변에서 비공식 사전접촉을 한 남북 양쪽 문인들은 그 후 10번의 공식 실무회담을 통해 결국 대회를 성사시키는 데 성공했다. 작가회의와 작가동맹은 지난 1989년에도 남북작가회담을 판문점에서 열기로 했으나 판문점을 향하던 남쪽 대표단이 경찰에 체포되는 바람에 무산된 바 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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