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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9 11:35 수정 : 2005.07.19 11:36

소극장들이 즐비한 대학로 거리(특히 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 앞)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개그 콘서트 안 보세요?", "우리 공연 재밌어요!"라며 각종 개그 공연들을 홍보하는 호객꾼들, 속칭 '삐끼'들이다.

일반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일 것이다. 이 역시 대학로의 색다른 재미로 여기거나, 아니면 때때로 진로방해까지 하는 이들의 행위에 불쾌감을 느끼거나.

하지만 연극인들은 이러한 호객행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뜩이나 대학로에 개그쇼가 늘어나 어려워진 판에 호객행위까지 심해져 대학로의 공연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

대학로뿐 아니라 어디서든 전단 등을 뿌리며 억지로 손님을 끄는 호객행위는 불법이다. 그럼에도 대학로의 호객행위 마찰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18일 오후 대학로 블랙박스 씨어터에서는 한국연극협회 주최로 이에 대한 연극계와 개그계 간 작지만 진지한 토론회가 열렸다.

서로 갈등의 골이 깊다는 걸 확인시킨 동시에 대학로 공연질서 회복을 위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공감을 나눈 자리였다.

▲"적극 홍보냐, 호객 행위냐" =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 마승락 대표는 "대학로에서 공연 게시판을 보고 있으면 어김없이 개그쇼 호객꾼들이 붙는다"며 "무슨 공연을 볼지는 관객이 선택할 문제인데 이런 방식은 불쾌감을 준다"고 말했다.


김대환 소공연장연합회 정책개발팀장은 "호객행위는 공정하지 않다는 게 문제"라며 "같은 개그쇼인데도 공연 시간이 임박하면 입장료를 깎아주거나, 지방에서 온 잘 모르는 관객에겐 비싸게 받기도 하거나, 이런 식으로 가격이 달라지는 게 말이 되느냐"고 물었다.

채승훈 서울연극협회 회장은 "연극인들이 땀과 열정을, 때론 목숨까지 바쳐 오늘날의 특색있는 공간으로 키워낸 대학로가 각종 호객행위와 길거리 광고소음, 시위소음 등으로 얼룩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연극과 개그가 서로 '윈윈'하기 위해 최소한의 도덕을 지켜야 한다는 게 연극인들의 공통 의견"이라며 "호객행위는 관객의 선택 자율권을 침해하는 불공정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갈갈이홀 이홍근 씨는 "우리 입장에선 우리의 공연을 좀더 적극적으로 알리는 행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개그쇼를 보는 관객은 특정 관객에 한정돼 있다"며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일단 현실은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 개그 공연 호객행위가 없어진다고 해서 없던 연극 관객이 늘어나게 되느냐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탑아트홀 한은정 차장은 "호객행위꾼을 두느냐, 안 두느냐는 극장 대표의 결정에 달려 있다"며 "일단 우리 공연들이 이익창출을 목표로 하는 만큼 호객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대환 소공연장연합회 정책개발팀장은 그러나 "호객꾼 중에는 불량한 자세와 언행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대다수 일반인이 이들을 연극인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정 노력으로 공존의 길 찾아야" = 그동안 연극계는 대학로 호객행위 근절을 위해 종로구청 등 관계 당국에 수 차례 민원을 했지만 '감감무소식'이라는 주장이다.

일부 연극인들은 이미 너무 상업화해서 '연극의 거리'라는 말이 무색해진 대학로를 연극인들 스스로 미련없이 떠나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펴기도 한다.

하지만 대다수는 연극이건, 개그건 대학로 활성화를 위해 함께 공존하되 최소한의 상도를 지켜 대학로를 질서있는 공연 거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키득키득아트홀 유록식 대표는 "그동안 연극계 쪽에서 개그계를 비난하는 행위만 했을 뿐 함께 공존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며 "우리도 호객행위를 하지 않으려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달라"고 말했다.

갈갈이홀 이홍근 씨는 "한꺼번에 없애는 건 현실적으로 힘든 만큼 공동 홍보구역(zone)을 만든다면 새로운 볼거리도 될 것"이라며 "공동 홍보구역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이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다.

예술극장 나무와 물 김성수 대표는 "대학로 문화지구라는 이름에 걸맞게 공정한 룰을 따라야 한다"며 "무슨 극장에서 무슨 공연을 하고 있고, 극장의 위치는 어딘지 쉽게 알 수 있도록 각 공연장, 공연물의 간판을 충분히 노출시킨다면 호객행위가 있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공연기획사 모아 남기웅 대표는 "호객행위 같은 불법행위가 아닌 새로운 마케팅 수단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호객행위 보다 훨씬 비용도 저렴하고 편한 홍보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채승훈 서울연극협회 회장은 "개그 공연들은 호객 행위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지명도 때문에 연극보다 훨씬 유리하지 않느냐"면서 "연극계와 개그계가 머리를 맞대고 대학로 질서를 세울 수 있는 묘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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