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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9 15:10 수정 : 2005.07.19 15:44

일본 지하철에서 졸고있는 ‘신정환 닮은꼴’ 아주머니. <한국방송> 제공.

90년대 초 <월리를 찾아라>라는 그림책 속에서 ‘월리’를 찾는 놀이가 유행했었다. 안경을 끼고 삐쩍 마른 월리는 비슷해 보이는 수백 명의 사람들 속에 꼭꼭 숨어 있곤 했다.

2005년 새로운 ‘월리’가 나타났다. 일상 속에서 맞닥뜨린 스타를 닮은 사람이다. <월리를 찾아라>를 펼쳐놓은 것 같은, 복잡한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찍은 스타 닮은꼴 사진이 뜨고 있다.

‘연출’에서 ‘일상’으로, 닮은 꼴 사진이 움직인다. 인터넷과 디카가 보급되면서 몇해전부터 스타 닮은꼴 사진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스타라는 대중적 코드를 사진이라는 형태로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처음 닮은꼴 사진은 ‘스타 따라하기’였다. 조명과 얼굴각도를 조절하고 스타일을 흉내내 가장 스타와 닮은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다. 그렇게 연출된 사진들은 대부분 ‘자기만족’용이었다. 박한별(21)씨처럼 ‘전지현 닮은 얼짱’이란 이름으로 스타 ‘닮은꼴’에서 닮은꼴 ‘스타’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연출’에서 ‘일상’으로 버전업!


닮은꼴 사진의 인기에 힘입어 KBS ‘상상플러스’에서는 올초부터 <스타 닮은꼴 사진>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상상플러스’는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서 닮은꼴 사진을 접수한다. 한주에 보통 2000~3000장의 닮은 사진이 게시판을 덮는다. 프로그램 참여도가 매우 높다. 이미 인터넷에서 유명세를 치른 닮은꼴 사진들이 이 게시판으로 모인다.

‘지하철 신정환’, ‘아줌마 신정환’으로 불리는 사진의 반응이 대단했다.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닮은꼴 사진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일상’이다. ‘연출’에서 ‘일상’으로의 버전업. 누리꾼들이 스타와 닮은 사람을 우연히 발견하고 찍어 올린 것이다. 지하철에서 졸고 있는 일본여성, 거리를 지나가는 아주머니가 신정환을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누리꾼의 카메라에 찍혔다.

상대가 모르는 사이 포착한 사진들은 올린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에게 숨은 그림을 찾는 듯한 쾌감을 안겨준다. “세상은 넓고 신정환은 많다”는 말이 생길 정도다. 누리꾼들은 우연에 기대지 않고 직접 ‘숨은 닮은꼴 찾기’에 나섰다. 누리꾼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을 검색하고, 오래된 졸업앨범을 뒤진다. 심지어 친구 어머니 처녀 때 사진까지 ‘스타를 닮았다’는 이유로 게시판에 올리기도 한다.

“스타 닮은꼴 사진은 소통의 시작으로만 의미 있을 뿐”

‘신정환 닮은 꼴’인 일본의 무명영화배우.
‘상상플러스’에 나오는 닮은꼴 사진은 기존 스타의 이미지와 맥을 같이 한다. 스타 닮은꼴 사진에 사람들이 열광할수록 사진 속 주인공은 사라지고 스타의 이미지만 공고해진다. 신정환씨의 경우 주로 코믹스런 모습, 여배우의 경우 예쁜 모습의 사진들만 올라온다.

게시판에서, 방송에서 스타를 닮은 사진의 주인공들이 ‘누구냐’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지하철에서 본 아줌마”, “일본 무명배우”라는 간략한 말로 주인공이 실존인물이라는 것만 증명하면 그뿐이다. 닮은꼴을 발견하기 위해 주변을 파고든 누리꾼의 시선은 닮은꼴을 찾는 순간, 멈추고 마는 것이다.

박기수 한양대 교수(문화콘텐츠학과)는 일상에서 찍은 닮은꼴 사진에 대해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놀이를 향유하려는 누리꾼들의 특성은 존중하지만, 주변 사람의 이미지를 처음부터 스타의 것으로 덧씌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닮은 사람을 찾았다는 것 자체가 소통이 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스타 닮은꼴 사진은 소통의 시작으로만 의미 있다”고 덧붙였다. 아무리 당사자의 허락을 받은 사진만 올린다고 해도 주변 사람을 ‘한 때의 웃음’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스타는 타인과 통하는 데 가장 손쉽게 쓸 수 있는 도구다. “어떤 스타를 닮았다”는 것은 싫건 좋건 간에 자신을 드러내거나 타인을 기억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주변 사람을 ‘스타’의 이미지에만 가두는 것은 소통을 가로막기도 한다. 오로지 ‘재미삼아’ 스타 닮은꼴을 찾는 지금, 우리가 스타 닮은꼴 사진을 통해 찾아야할 ‘진짜 월리’는 ‘타인에게 말 거는 법’일지도 모른다. 김연주 인턴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mintcandy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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