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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20 18:24 수정 : 2005.07.20 18:27

이가현 <한국예술종합학교신문> 기자

2005대학별곡

방학이 되면 대학생들은 철새처럼 제각각 제 집 찾아 흩어지기 바쁘다. 유독 이 사실에 온몸으로 슬퍼하며 노여워하는 이들이 있으니, 저 멀리 내 님을 두고 와야 하는 이른바 원거리 연애자들이다. 방학도, 님과 떨어진 아찔한 거리도 파란만장 러브스토리로 채워진다.

경희대 박준혁(연극영화과 2년)씨와 같은 학교 오미정(의류 디자인과 4년)씨는 이제 막 200일 넘은, 손만 스쳐도 설렌다는 캠퍼스 커플이다. 하지만 이들의 집은 각각 수원과 경주. 보고 싶을 때 한 걸음에 달려갈 수 있는 거리가 못 된다. 때문에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서로 전송하거나, 화상 채팅을 이용해 서로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게 일이라고. 하루 스무 번 넘는 전화 통화는 기본이다. 오씨는 “하루 종일 못 본다는 게 서로에게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된다”며 “덕분에 떨어져 있다가 만나면 한동안은 싸우는 일이 없을 정도”라고 말한다. 원거리 연애의 장점인 셈이다.

울릉도가 고향인 이형일(경기대 국문학 올해 졸업)씨와 부천에 사는 정세희(경기대 국문학 3년)씨는 지난 여름 방학을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씨가 울릉도에서 아르바이트까지 하게 돼 전화와 문자를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 이씨는 “떨어져 있는 거리보다는 서로의 신뢰나 사랑이 당연히 중요한 걸 느끼게 됐다”고 말하지만, 이번 방학부터는 아예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커플 전용 포털사이트 커플파이(www.couplepie.com)를 통해 사랑을 속삭이기로 했다. 커플파이는 커플 간의 문자와 통화 사용 기록 등을 저장해주고, 홈페이지도 꾸밀 수 있으며 커플들을 위한 이벤트도 다양하게 제공하는, 그야말로 솔로 접근 절대 금지 사이트다. 현재는 이씨가 졸업과 동시에 조교로 학교에 남아 울릉도가 아닌 수원에서 부천을 오가며 행복한 연애 중. 지난 방학을 넘기지 못했다면 반년으로 끝날 사랑이었다.

반면에 방학이 더 행복한 커플도 있다. 한양대의 김하정(중문학 2년)씨와 박흥진(남해전문대 관광학 3년)씨. 동네는 같은데 학교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방학이 되어야 겨우 만날 수 있다. 학기 중에는 매달 한 차례 만나서 서로 일기를 바꿔 쓰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데이트 비용의 절감 효과가 만만치 않다. 대신 멀리 있는 남자 친구에게 초콜릿, 커피, 베개 등의 작은 살림살이를 소포로 붙이면 사랑은 금세 배로 증가한다. 물론 방학이 되면, 그저 만다면 좋다는 게 그까짓 데이트 비용 개의치 않는다고.

세계를 한 뼘쯤으로 아는 이 시대 젊은이, 대한민국 땅에서 원거리 연애는 우습다고도 한다. 연애휴가서를 애인에게 제출하고 잠시 해외여행이나 어학연수를 떠나는 이들이다. 또 방학맞이 돈벌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생겨나는 자칭 원거리 커플도 있다. 학기가 시작될 즈음 채워질 통장 잔고를 생각하며 애정금욕을 선언하는 이들은 지척에 두고도 애인을 보지 않는 현실적이고 생활력 강한 무서운 커플이다.

떨어져 있어서, 보고 싶고, 그래서 사랑전선은 결단코 이상무일 거라 기대한다면, 당신은 연애를 못 해본 사람임이 분명하다. 떨어져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속상할 때 옆에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애인은 미워지기 때문이다. 솔로들이여, 어쨌든 냉수를 마셔라.

방학 동안 혼자인 시간에 익숙해져서 결국 이별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고, 짜릿함을 즐기며 가랑이는 찢어지든 말든 ‘양다리’를 걸치거나 새 애인을 만드는 이도 있다. 우리가 그들에게 손가락질을 할 수는 없다.

다만, 사랑은 오직 믿는 자의 것이 된다고 말하겠다. 믿음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도 말하겠다. 이번 여름 방학엔 믿어보라, 당신의 사랑을.

이가현 <한국예술종합학교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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