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신사중 2~3학년 학생으로 구성된 록밴드 ‘콤마’가 ㈜터치드림/터치드림 재팬 주관으로 열리는 청소년 록 콘테스트 본선 진출 앞서 21일 강남구 신사동 화이트 스튜디오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
너와 다른 나 세상에 뽐내고 싶어
‘짱’. 1990년대 후반부터 알음알음 쓰이기 시작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없지만 이제 10대들 사이에선 최고, 일등을 나타내는 표준어다. 하지만 콘테스트 없이는 짱도 없다. ‘짱’이라는 말과 함께 콘테스트도 그들의 또래 문화로 자리잡았다. 노래·댄스·작사·개그·연기·모델·외모·락그룹 등 여덟개 분야의 ‘짱’을 뽑는 콘테스트가 있다. SM 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000년부터 매년 여름과 겨울 방학때 여는 ‘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다. 10대들의 호응이 놀랍다. 매 대회마다 1만여명이 자발적으로 참가해 끼를 뽐낸다. 포털사이트 다음엔 이 콘테스트를 준비하는 10대들이 만든 카페가 다섯개나 되고, 이 콘테스트 정보만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회원이 4천여명에 이른다. 외모·노래·댄스·코스프레…
구체관절인형·로봇모형까지
별의 별 콘테스트가 다 있다
놀이삼아 용돈벌러 경쟁하러
스스럼 없이 참여한다
업체 ‘장삿속’ 이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과시욕 강한 그들은
‘멍석’ 에서 맘껏 끼 표출한다
주목받고 싶은 열망 충족시키려 10대들이 죽고 못사는 ‘연예인’이 되기 위해서라고? 그건 일부다. 온라인 게임들은 저마다 한두가지 콘테스트를 개최하고, 코스프레·프라모델 등 각종 취미활동들에도 콘테스트가 따라붙는다. 그리고 인터넷을 떠돌다 콘테스트 개최 정보를 잡은 10대들은 놀이 삼아, 용돈 벌러, 경쟁하러 스스럼없이 콘테스트에 참가한다. 이전의 세대들은 경험치 못한 새로운 문화다. ● 콘테스트의 불모지를 지나=1980년대 중반의 록키드(Rock Kid) 김병호(39·음악감독)씨. 책 대신 기타를 끼고 다니던 그를 학교에서는 양아치라 불렀다. 장학퀴즈, 백일장, 클래식 음악 콩쿠르는 있었지만 청소년 록 콘테스트 같은 건 없었다. “공부는 못해도 기타는 잘 친다”는 걸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당시 록커들의 해방구, 파고다 공원 야외 무대에 서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장면 한 그릇이 500원이던 시절, 무대 대관료가 40만원이었다. 어차피 양아치 인생, 친구들한테 ‘삥’을 뜯어 무대를 빌렸다. 공연 티켓도 주먹을 앞세워 ‘강매’했다. 그렇게 무대에 서고 나서야 김씨 아니, 김군은 친구들의 우상이 될 수 있었다. 그 시절, 록키드만 암울했던 건 아니다. 20년만 늦게 태어났어도 얼짱, 춤짱, 게임짱, 짱, 짱, 짱이었을 엄마·아빠들, 그때 그들은 학교 안팎에서 공히 날라리, 양아치, 찌질이였다. ● 콘테스트 시대가 열리다=백수연(15)양 등 서울 신사중 2~3학년 학생 6명으로 구성된 록밴드 ‘콤마’. 이들은 오는 30일 한 인터넷 오디션 사이트 주관으로 열리는 청소년 록 콘테스트 본선에 출전한다. 대상부터 인기상까지 1200만원의 상금이 걸려있다. 본선에 진출한 다른 11개 팀과 함께 옴니버스 앨범도 제작한다. ‘콤마’는 이 콘테스트 이외에도 지난 1년 동안 구청과 놀이공원 등이 주최하는 밴드 콘테스트 세곳에 출전했다. 일일이 참가할 시간과 여력이 없는 게 문제다. 이제, 외모·노래·댄스·모델·게임·웹·사진·코스프레·만화·영화 등 널리 알려진 콘테스트에서 구체관절인형·휴머노이드 로봇·공연건축모형 등 일반인들에게 낯선 콘테스트까지, 각종 기관·단체·업체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주최하는 별별 콘테스트들이 말 그대로 ‘셀 수 없이’ 많다.
● 콘테스트는 마케팅이다=콘테스트는 전통적인 마케팅 기법 가운데 하나다. 직접적·획기적으로 매출을 늘려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타겟 수요층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 에스케이(옛 선경)가 1973년부터 현재까지 <장학퀴즈> 스폰서를 통해 ‘나라의 미래를 키우는 공익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 한국에서 인터넷 붐이 일었다. 콘테스트를 쉽게 널리 알릴 수 있게 됐고, 오프라인에서 참가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마저 사라졌다. 이때부터 콘테스트는 인터넷 마케팅의 하나로 우후죽순처럼 도입됐다. ‘e 라운드 마케팅’의 저자 정재윤은 “콘테스트는 특히 10대들에게 매우 주효한 마케팅 기법”이라고 말한다. “인터넷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노출빈도가 많고, 인정받고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가장 강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