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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31 20:24 수정 : 2005.08.01 11:09

생방송 중 ‘성기 노출’ 파문을 일으킨 인디밴드 ‘카우치’의 멤버 신아무개(27)씨와 오아무개(20)씨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조사받기에 앞서 기자들의 취재에 얼굴을 가리고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연합뉴스

MBC ‘음악캠프’ 생방송중 ‘성기노출’ 파문 “공중파 과격한 퍼포먼스는 잘못” 지적


30일 오후 방송된 <문화방송> 음악프로 ‘음악캠프’에서 한 밴드 멤버들이 바지를 내리고 성기를 노출한 소동이 벌어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밴드 ‘카우치’의 멤버들인 신아무개(27)씨와 오아무개(20)씨는 다른 밴드 ‘럭스’가 <지금부터 끝까지>를 부르던 중 바지를 무릎 밑으로 내리고 껑충껑충 뛰었고, 이 장면이 생방송 중인 공중파를 통해 3~4초 가량 나갔다.

소동이 벌어진 무대는 ‘음악캠프’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이 노래 좋은 가요’ 코너였다. 대중음악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해 공중파에서 듣거나 보기 어려운 노래를 선정해 방송하는 코너로, 이날 무대는 인디밴드들의 음악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인디밴드는 ‘인디펜던트 밴드’, 즉 대형기획사에 소속하지 않고 독립적인 음악을 하는 ‘독립 밴드’들을 일컫는 말이다. 주로 서울 홍대 앞을 중심으로 마니아 팬을 형성하고 있다.

신씨와 오씨는 같은 기획사(스컹크) 소속 밴드인 ‘럭스’의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왔다. 이들은 경찰에서 “생방송 중인지 몰랐으며 (공연장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이런 행동을 했다”고 진술했다.

문화 전문가들은 인디밴드들이 주류 문화에 비판적인데다 홍대 앞 클럽들에서 이런 종류의 공연을 자연스럽게 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소동의 원인을 찾았다. 홍대 앞 클럽에서는 주말이면 인디밴드들의 공연이 잇따라 열리고 그 중에서는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퍼포먼스들이 많이 펼쳐진다.

관객에게 물이나 술을 뿌린다든지 병을 깬다든지 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지는 것은 물론 바지를 벗는 등의 노출도 종종 일어난다는 것이다. 인디밴드 기획사를 이끌고 있는 한 기획자는 “카우치가 속해 있는 기획사는 홍대 앞 밴드들 중에서도 과격한 음악을 하는 펑크 기획사인데다 카우치는 그 중에서도 가장 과격한 퍼포먼스를 벌여온 팀이었다”고 전했다. 1997년에는 인디밴드였던 삐삐롱스타킹이 문화방송 ‘인기가요 베스트 50’에서 카메라에 침을 뱉은 일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소동이 홍대 앞 문화 전반에 대한 매도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음악평론가 강헌씨는 “홍대 앞은 방송에서 볼 수 있는 일반 주류문화가 아닌 대안 문화들의 창구이자 기지 구실을 해왔다”며 “한 팀이 그런 해프닝을 저질렀다고 해서 홍대 앞 문화가 전반적으로 매도돼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이동연 문화사회연구소장은 “레드핫칠리페퍼스 등 외국 유명 펑크록 그룹들은 항상 공연 마지막 부분에 전라로 공연을 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주류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전통이 있다”며 “인디밴드들의 기저에는 주류 미디어에 대한 혐오감이나 냉소주의가 항상 잠재해 있고 이번 해프닝은 그런 혐오감을 표출하는 펑크 밴드들의 퍼포먼스 관행이 제어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주로 보는 공중파 방송에서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은 큰 잘못이지만 문화 다양성의 측면에서 한때의 해프닝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너그러운 자세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대 앞 문화 관계자들의 모임인 홍대문화협의회는 30일과 31일 밤 잇따라 긴급 모임을 열고 이번 소동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1일 아침 발표 예정인 성명서에는 일방적인 피해를 당한 문화방송과 시청자들에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이번 소동이 전반적인 홍대 앞 문화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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