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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25 18:48 수정 : 2005.08.25 19:28

“인터뷰는 연예처럼 침투하는 것” 칼럼니스트 김경씨

“인터뷰는 연애처럼 침투하는 것”

“인터뷰는 연애처럼 일종의 침투 과정입니다. 일단 방어선을 무너뜨린 뒤 상대의 시각으로 그를 바라보는 거죠.”

컬럼니스트이자 패션잡지 <바자> 기자인 김경(32)씨가 ‘불완전한 존재’이면서도 ‘자기만의 세계를 갈고 닦은 단독자’ 22명과 인터뷰한 내용들을 책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로 묶어냈다. 디제이디오시, 크라잉넛, 저우싱츠(주성치) 등 발칙한 ‘악동’들부터 노무현 대통령(인터뷰 당시 새천년민주당 고문)처럼 ‘중후한 인사’들까지 여러 대상을 넘나든다. 그 모두에게서 김경씨의 시선으로 잘라낸 특별한 단면을 볼 수 있다.

크라잉넛부터 정치인 노무현까지
자기만의 세계 연마한 이들과
당돌하고도 솔직한 ‘대결’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
그 부분을 긁어내는 게 좋다
독자를 웃고 울게 하고 싶다”

그의 인터뷰가 통쾌하고 무엇보다 재미있는 건 객관적인 척 위선을 떨지 않고 스스럼없이 주관과 감정을 드러내는 데 있다. 크라잉넛과의 재담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들이 없었다면 나의 20대는 얼마나 황폐했을까?” 마무리는 이렇다. “너희들이 오십 살에도 지금처럼 무대 위에서 자유롭고 섹시하다면 너희들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 나 기꺼이 무대 위로 브래지어를 벗어 던져주마.”

“철저히 객관적인 글이란 있을 수 없는데, 사람들이 그걸 확보하려고 재미없는 글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재미있는 기사를 쓰고 싶어서 나 자신을 팔기 시작한 거죠. 글이든 영화든 진정성이 담겨야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데 진실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건 자기(인터뷰하는 사람)의 내면밖에 없잖아요.”

그렇다고 주관을 드러내야 한다는 데 얽매이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철저하리만치 말을 아낀다. 배우 주현씨와의 인터뷰가 그렇다. 입말을 그대로 풀었다.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그냥 내버려둘 줄 아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해준 인터뷰였어요.”

대상에 따라 주관의 개입 방식이 달라지듯, 방어선을 깨는 전략도 바뀐다. 그 전략은 성공적이어서 인터뷰 대상들은 꽤 무장해제 돼 보인다. ‘놀 줄 아는’ 디제이디오시에게는 “어깻죽지 부근의 문신을 적당한 타이밍에 노출하기”며 “‘쟤들이랑 한번 놀아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다가갔다.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패션잡지는 정치에 무관심하고 정치인은 패션에 무지하다, 문외한끼리 알고지내면 어떻겠나” 식의 발칙한 청탁서를 보냈다. 배우 저우싱츠는 발차기 시범까지 선보이게 했다. 그가 천부적 재능을 타고났거나 아이디어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건 아니다. 그는 “보통 4페이지짜리 인터뷰 기사를 쓰려면 최소 100페이지 이상 자료를 읽는다”며 “공을 들일수록 상대에게 애정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관습에 매여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끌리고, ‘꽂히면’ 주저 없이 인터뷰하는 편이다. 그렇게 만나 가장 큰 인상을 받은 인물은 “‘뻘'처럼 별 볼 일 없고, 그러면서도 발목을 잡아끄는 신기한 힘을 가진” 시인 함민복이었고, 만나고 싶은 사람은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다.


“재미있는 건 아무리 잘나고 강해 보여도 누구나 나름대로 허물이 있고 편견이 있는 불완전한 존재들이라는 점이에요. 저는 그 부분을 긁어대는 걸 아주 좋아해요. 그렇게 해서 읽는 사람들을 웃거나 울게 만들고 싶어요. 좋은 인터뷰는 인류의 동정심을 일깨워 우리 모두가 한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고 있다는 사실에 공감하게 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으니까요.”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홍장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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