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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26 18:24 수정 : 2005.08.28 22:51

문제의 동영상 ‘유림송’. 왼쪽부터 공자, 이황, 조광조.

셋이 함께 랩하는 ‘엽기송’ …네티즌 ‘중독’호소

공자, 이황, 조광조가 함께 힙합그룹을 결성했다?

역시 오프라인에서 불가능한 일이 온라인에선 가능했다. 이들 셋은 현재 도서출판 ‘열림원’이 작가 최인호씨의 신작 <유림>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인터넷 블로그(http://blog.naver.com/voyage_yulim/16233143) ‘힙합으로 듣는 유림’에서 맹활약 중이다.

누리꾼들의 호응도 폭발적이어서 이벤트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1천명이 넘은 누리꾼들이 동영상 파일을 이곳저곳에 퍼다 나르고 있으며, 1천건 이상의 덧글이 블로그와 ‘네이버 붐업 뜨는 개그’ 게시판에 올라와 있다.

인기의 이유는 이 동영상의 ‘엽기발랄함’에 있다. ‘빠라바라바라밤~’ 오토바이 폭주족 공자, MIC를 든 퇴계 이황, 알통을 자랑하는 조광조 앞에서 유학자들에 대한 기존의 선입견은 보기 좋게 배반당한다. ‘유림송’이라는 불리는 이 동영상은 경전 속에서 칩거하던 ‘근엄한 유학자’들을 어깨 들썩이는 ‘흥겨운 힙합그룹’으로 둔갑시켰다.

“한 500년 잠을 잤더니 집세, 전기세, 심지어 스팸 메일이 산더미/나 조광조 조선 땅의 터프가이/내 앞에선 그 누구도 온몸을 떨고 가이~” 조광조의 랩이다. 이윽고 공자가 “2500년 동안 나에 대해 뭐라 말했나~/뒤지도록 뒤져보자. 교과서부터 인터넷까지 뒤져보자/솔직히 내가 이렇게 뜰 줄은 몰랐네~/성인(聖人) 공자?! 와우! 이거 괜찮네~”라고 노래한다. 이어 퇴계는 “나 퇴계, 천원의 주인공. 진정한 군자의 길을 찾고자 지도검색 두들겨 봐도 나오지는 않더라~/유림으로 가는 길이 아무리 덥다 하여도/나 결단코 바지를 벗진 않으리라~”고 최근 알몸노출 사건을 빗대어 마무리하는 센스를 보여준다.

폭주족이 된 조광조, 이황, 공자.

누리꾼들은 ‘유림송’에 대해, 대체적으로 “대박이다” “제대로 엽기다”라는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몇몇은 “역사적인 인물을 너무 장난스럽게 표현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각자의 랩 중간에 넣은 후렴 “숲으로 가자, 유림의 숲으로 가자. 효충예경 가득한 숲으로 가자~”는 중독성이 있어 누리꾼들이 자신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게 만들었다는 불평(?)도 속출했다. ‘편한쉼터’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벌써 몇 번 째 듣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중독성이 너무 강하다”고 불만 아닌 불만을 토로했다.

‘유림송’ 제작업체 ‘파마헤드(pamahead)’의 왕지성 실장은 “유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유교를 재미있게 소개하기 위해 만들었다”며 “젊은이들과 친해지기 위한 표현방법이었을 뿐, 인물을 희화화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왕 실장은 “‘유림’이라는 책 제목을 들었을 때 사람이름이 연상됐다”며 “이처럼 유학에 대해 무심한 이들에게 유학의 존재를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도서출판 ‘열림원’ 인터넷 관계자는 “예상밖의 폭발적인 반응에 무척 고무되었다”면서 “아무래도 매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동영상에 대한 열띤 호응이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유교의 가르침을 소설의 형식으로 그려낸 작가 최인호씨의 신작 . 열림원 제공

현재 국내 소설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있는 최인호의 장편소설 <유림>은 유교의 가르침을 일반인들이 알기 쉬운 소설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유림>은 출간된 지 한 달 반 만에 30만부 판매를 훌쩍 넘어, 불황의 늪을 부유하는 출판시장에 작은 활력이 되고 있다. 살짝 비틀어 보는 ‘발칙한 발상’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셈이다.

오승훈 인턴기자 painbird76@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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