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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28 18:29 수정 : 2005.08.28 18:32

지난 26일 한국국악학회 주최로 열린 종묘제례악 왜곡과 관련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자인 남상숙 원광대 강의 교수, 황준연 서울대 국악과 교수 등이 청중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한국국악학회 ‘옛 정간보의 시가’ 대토론회

국내 중요무형문화재 1호이자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록돼 있는 종묘제례악의 형식과 내용이 일제강점기 때 왜곡됐다는 논란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종묘제례악 왜곡 논란은 두해 전부터 원광대 강의 교수 남상숙(56)씨와 처용무 예능보유자 김용(72)씨, 전 한양대 강사 이종숙(45)씨 등 일부 국악학자와 무용이론가가 제기한 바 있다. 당시 국립국악원, 한국국악학회, 대다수 국악과 교수 등은 이를 “근거가 희박하다”고 반박했으나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올해 광복 60돌을 맞아 문화관광부와 광복60주년기념 문화사업 추진위원회가 추진한 ‘일제 문화잔재 바로알고 바로잡기’시민제안 공모전에 김용씨가 이 논의를 제안하면서 뜨거운 관심사로 다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26~27일 경기도 안성연수원에서는 한국국악학회 주최로 ‘옛 정간보의 싯가’을 주제로 대토론회가 열려 공방이 벌어졌다.

“장단·가사·악기…일제때 모든 요소 왜곡 ‘속악원보’ 도 조작물”

“하나의 의문 두고 지나치게 비약하는 건 학자의 태도 아니다”

철학자 김용옥씨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는 남상숙씨와 홍정수 장로회신학대 교수, 황준연 서울대 국악과 교수 등 국악학자들과 김철호 국립국악원장, 백대웅 한국예술종함학교 교수, 김영운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등이 주제 발표자와 토론자 등으로 참여했다. 한국국악학회는 사안의 파장을 감안해 비공개로 토론을 진행했다.

첫날 토론에서 남씨는 ‘정간보 분석에 있어서 <속악원보>()의 문제점 고찰’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조선시대 주요 궁중음악의 악보를 담아 정간보로 기록된 <속악원보>의 일부 내용이 일제시대 <이왕직아악부악보>와 <아악부악부>의 왜곡을 정당화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1892년(광서18년)에 편찬된 것으로 표기된 <속악원보>는 7권 5책의 악보로, 종묘제례악, 무안왕묘제악, 경모궁제악, 여민락관보 및 현보, 영산회상 등 중요 궁중음악의 악보가 담겨있다. 현재 국립국악원이 재현하는 종묘제례악은 이 <속악원보>를 토대로 한 것으로, <속악원보>의 왜곡이 드러날 경우 궁중음악 악보와 이론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등 큰 파장이 예상된다.

남 교수는 토론회에서 “일제강점기 동안 종묘제례악을 구성하는 음들이 같은 길이의 음으로 변하면서 한국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장단이 없어졌다”면서 “장단의 매듭 구실을 하던 박도 가사단락과 무관하게 가사 중간에 와서 가사의 의미를 잃어버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런 왜곡을 자연스런 변화처럼 은폐하기 위해 <속악원보>를 만들었고, <대악후보>의 ‘영산회상’ 등 참조악보의 원본들도 조금씩 변조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근거로 “국립국악원에 보관된 <대악후보>의 원본을 살펴본 결과 ‘영산회상’ 부분과 다른 악보 부분의 글씨체와 지질, 종이색깔이 다르며 <속악원보>를 찍은 정간보 목판을 고증한 결과 <대악후보> ‘영산회상’의 목판이 같은 판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남 교수는 “일제는 종묘제례악 악기 편성에서 가장 중요한 3현인 거문고, 가야금, 비파를 빼버렸다”며 “민족 문화를 파괴하기 위한 교묘한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준연 교수는 “잘못된 부분을 일제의 의도적 왜곡처럼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하나하나 풀어야할 문제들을 비약해 사고하는 것은 학자적 태도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편 사회자 김용옥씨는 “광개토대왕비에서도 알 수 있듯 조작의 명수인 일제에 의해 왜곡이 일어났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고, 그만큼 증거도 댈 수 있다”면서 “이 문제는 국악계 자체 논의로는 해결의 실마리가 없으며, 민족 전체가 참여해 풀어야 할 문제”라고 공개적인 논의를 제안했다.

안성/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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