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9.04 20:13 수정 : 2005.09.04 22:01

세계생명문화포럼 경기 2005

세계생명문화포럼, “지역 단위 경제체제로 대등하게 의존하자”

세계생명문화포럼은 행사 마지막날인 5일 저녁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에서 산사음악회를 연다. 특히 이 자리에는 터키에서 온 공연단 데스타르 앙상블이 수피댄스로 알려진 이슬람 신비주의 영성의식을 선보인다.

이날 음악회는 산행, 귀소, 바람의 소리 등 김영동 조직위원장의 명상음악이 연주되며 중국쪽에서는 음악역사가 우 자오가 고금을 들려준다. 수피댄스와 함께 나는 새 현대무용단은 침묵-대답이라 이름붙인 명상춤을 공연할 예정이다. 행사 마지막에는 모든 참석자가 ‘나를 닦는 108배’를 하게 된다.

“빈부 격차의 확대와 생태계 파괴에 따른 환경 재앙 등 지구촌이 맞고 있는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 공동체의 자립과 인간의 형제애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세계생명문화포럼에 참석한 나카무라 히사시 일본 류코쿠 대학 교수는 시장경제와 계획경제 모두 문제가 있다며 순환성, 상호성, 다원성을 바탕으로 한 지역 자립형 경제체제가 대안이라고 밝혔다. <공생의 사회 생명의 경제>의 저자로 아시아태평양자료정보센터 대표이기도 한 그는 생협 등 엔지오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경제학자다.

“지역 단위 경제체제로 대등하게 의존하자” 나카무라 히사시 교수


시장경제 등은 빈부격차·환경 파괴 해결 못해
핵무기로 허리케인 못막아…미국의 힘 한계 봉착


-오늘날 세계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세계경제는 미국이 장악한 군수산업과 금융자본이 지배하고 있다. 두 가지 모두 생산과 창조와는 무관해 미국경제는 세계 민중들의 부의 증진이나 지역 공동체를 위해 기여한 바가 거의 없다. 미국은 무역수지, 재정 모두 적자다. 일본과 중국이 국채를 사주지 않으면 무너진다. 전쟁이 없으면 무너지는 나라다. 2차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걸프전, 이라크전 모두 붕괴를 막기 위해 자행한 것이었다. 전쟁으로 강한 달러를 지키고 세계 금융시장을 지배한다. 1997년 외환위기로 인도네시아 화폐가치가 3분의 1로 떨어졌을 때 나머지 3분의 2의 가치는 최종적으로 뉴욕 월가로 갔을 것이다.

-대안으로 제시하는 지역 자립형 경제는 무엇을 말하는가.

=자립이 자급자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을 단위로 경제체제를 구축하고 대등한 파트너로서 지역이 서로 의존하도록 하는 것이다. 고대 중국과 로마의 무역은 대등했다. 서로의 문화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미국 중심의 서방국가가 주도하는 교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의 문화와 경제시스템을 강제로 뜯어고쳐 자립이 불가능하도록 한다.

-대등한 교역은 어떻게 가능한가.

=가장 중요한 원칙은 토지, 노동력, 신용처럼 일해서 만들 수 없는 것을 팔지 말아야 한다. 땅의 매매는 막아야 하고 돈은 빌려주되 이자를 받아서는 안된다. 노동력은 교환은 가능하나 팔아서는 안된다. 한국의 계나 품앗이가 그랬고 이자를 거의 받지 않는 이슬람 은행이 그렇다. 또 재생 불가능한 상품의 대량수송은 최소화해야 한다. 한국도 부동산 투기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 가족이 가질 수 있는 토지의 평수를 일정 면적 이하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면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농지는 경자유전의 법칙에 따라 사용권을 주고 부재지주에 대해서는 과세를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에서 그런 경제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까.

=미국의 힘은 한계에 다다랐다. 핵무기가 많지만 사용하면 공멸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핵무기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군사력은 큰 의미가 없다. 핵무기로 허리케인을 막을 수 있었는가. 군사력의 시대는 끝나간다. 그와 함께 국가의 역할도 줄어들 것이다. 역사를 보라. 국가가 생기고 전쟁이 일어났다. 백제와 고구려가 망한 뒤 많은 유민들이 일본으로 이주했지만 평화롭게 살았다. 그때 일본에 국가체제가 갖춰졌으면 큰 싸움이 일어났을 것이다. 지역을 단위로 상호 의존하는 경제시스템을 만들면 전쟁은 일어날 수가 없다.

-지역 자립형 경제시스템의 특징은 무엇인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인간 중심의 네트워크가 뼈대가 된다. 사람들은 임노동을 하는 게 아니라 품앗이를 통해 상호의존적으로 된다. 한국에도 도입된 지역화폐가 그런 개념이다. 이 시스템에서는 성장에 대한 개념도 다르다.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물질 순환률, 장애인 사회활동 비율, 총인구중의 자원봉사자 비율,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살하는 사람의 비율, 정신병원 입원환자 비율 등이 지수로 활용될 것이다.

-그런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언제쯤 가능할까.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이미 그런 움직임이 시작됐다. 홋카이도의 아이누 사람들은 원래부터 그렇게 살아왔다. 최근 오키나와 사람들은 한국의 품앗이같은 지역 화폐를 도입했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그런 일이 진행되고 있다.

파주/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동북아 국제사회 아닌 민제사회로”

국경넘은 시민사회 연대 강조된 학술대회

대회 사흘째인 4일 열린 마지막 학술행사에서는 시민들의 연대로 국제사회가 아닌 ‘민제사회’를 만들어가자는 제안이 나왔다. ‘동아시아 호혜망 구상’을 주제로 한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 중국, 일본, 몽골 등 동아시아 나라에서 온 토론자들은 생명과 평화의 아시아를 만들기 위해 서로 다른 나라 시민단체 사이의 교류와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재식 전 월드비전 대표는 국가안보를 위해 나라들이 집단화되고, 경제활동이 국경을 넘은 지 오래된 지금 시민사회도 국경을 초월한 연대활동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전 대표는 “시민사회는 아직 국경을 넘고 있지 못하다”며 “먼저 국가라는 테두리 안에서 국경을 넘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21세기에는 가장 열악한 처지에 놓인 생명을 보호하는 일이 국가의 안보보다 우월한 가치로 인정받는 사회를 이뤄야 한다”며 “반둥회의 50돌을 맞는 올해 ‘내가 살아 남을 살린다’는 반둥회의 정신을 이어 ‘남을 살려야 내가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를 위해 우리 기업과 교회가 다른 나라에서 저지르고 있는 잘못을 바로잡고 우리나라에 머물고 있는 아시아인을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시민단체 그린코프의 유키오카 요시하루 전무는 그린코프와 필리핀 네그로스 섬 주민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민제사회’의 예로 들었다. 필리핀 사탕수수의 60%를 생산하던 네그로스 섬에서는 1986년 설탕가격의 폭락으로 농장의 절반이상이 문을 닫아 40만 명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빈곤과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일본 그린코프에서는 섬 주민들이 만든 자연산 설탕과 유기농 바나나를 비싼 값으로 사들임으로써 주민들이 초국적 농업자본에서 벗어나 자립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고 유키오카 전무는 설명했다. 그는 ‘더불어살기’를 위해 북반구 선진국과 남반구 개발도상국 민중들 사이의 연대를 제시했다.

토론회를 참관한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는 오 전 대표의 발표에 대해 “한국이 아시아 다른 나라에 저지른 잘못을 반성하면 일본에도 크게 자극이 되고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반가워 했다. 또 토론자로 나온 왕밍 중국 칭화대 교수도 교류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중국의 경우 2백만개가 넘는 엔지오가 있지만 법적 제약으로 합법 지위를 획득하지 못하고 있고 또 재정이 열악해 활동이 미약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권복기 기자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