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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축’은 제국주의 패권전략이 낳은 발명품인가? 지난 5월1일 뉴욕에서 열린 반전반핵 시위에서 조지 부시 미 대통령 가면을 쓴 참가자가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피묻은 손으로 지구를 거머쥐는 시늉을 해보이고 있다. 뉴욕/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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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 전문의가 저스틴 A. 프랭크 ‘부시의 정신분석’
미국 조지 워싱턴대 의과대 정신의학과 교수로 있는 정신분석 전문의 저스틴 A. 프랭크가 보기에는 부시 대통령이 정신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모순 덩어리 그 자체다. 하지만 조롱거리로 삼으며 마냥 웃고 넘길 수는 없다. 부시는 지금 지구상에 가장 강력한 국가를 틀어쥐고 있으며 그 막강한 힘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의 운명을 뒤틀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프랭크에 따르면 부시는 옮고 그름, 선과 악, 동지와 적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나누는 경직한 세계관을 보이고 있다. 이분법적 흑백 세계에 갇혀 있다. 마치 현실 세계를 거부하는 유아적 정신세계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종교적인 연민이란 베일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다른 사람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 슬픔을 이해하지 못한다. 너무나 무관심해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가학적 행동을 버젓이 저지른다. 그릇된 진술과 언행 불일치는 부시의 정신 건강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거짓 행동과 거짓 사고를 일삼으며, 협박 언어를 서슴없이 구사한다. 최근 번역돼 나온 '부시의 정신분석'(한승동 옮김. 교양인)이란 책에서 프랭크는 부시의 내면 세계를 철저하게 해부한다. 부시의 집안 내력과 성장 과정에 얽힌 사연, 가족과 친구, 측근들의 사적인 기록과 증언, 인터뷰, 대통령이 된 이후 부시의 발언과 행동 등 광범위한 자료를 토대로 세계 최고 권력자의 무의식적 행동 원리를 파헤친다.부시는 어릴 때부터 주의력 결핍 행동장애(ADHD)를 나타냈으며, 난독증과 학습장애, 언어장애, 사고장애, 편집증과 과대망상 증세를 보였다. 명문가의 위세 덕에 아버지의 뒤를 따라 엘리트 코스를 밟았으나 능력이 미치지 못해 콤플렉스와 자기 파괴 충동에 시달렸다. 20여 년 술에 취해 살았으며, 마흔 살 무렵에야 보수적 근본주의 기독교에 귀의하면서 술을 끊었다. 하지만 치료 과정을 거친 적이 없기 때문에 알코올 중독 치유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책에서 저자는 부시의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 즉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관심과 무능력, 끝없이 외부에 적을 만들어서 불안을 투사하는 파괴적 환상, 하느님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과대망상의 뿌리에 이 같은 어린 시절의 끔찍한 고통과 상처, 공포와 불안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340쪽. 1만천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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