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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06 17:44 수정 : 2005.09.06 19:15

이슬람 신비주의 종교의식 ‘세마’의 모습. 흰옷은 죽음을, 모자는 비석을 상징한다. 사진 세계생명문화포럼 제공

세계생명문화포럼 - 강원 오대산 월정사서 터키인들 ‘수피영성춤’


세계문화생명포럼 마지막날인 5일 저녁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에서는 이슬람 신비주의 종교의식 수피영성춤이 선보였다. 터키 데스타르 앙상블 단원들은 ‘춤’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며 이를 영성을 고양시키는 명상이라는 뜻의 ‘세마’라고 부른다고 했다.

피리와 비슷한 민속악기 네이 소리가 길게 울리는 가운데 긴 모자를 쓰고 수피영성가들이 입는 흰옷인 펠레린 위에 검은 망토를 걸친 남자 세 명이 천천히 무대를 돌며 상체를 공손히 굽혀 인사를 계속했다. 세마는 여러 가지 상징을 담고 있다. 흰색은 죽음을, 모자는 무덤위에 놓는 비석을, 검은색은 어머니 뱃속과 무덤 속에서 접하는 어둠을 상징한다.

기타, 북, 가야금과 비슷한 탐부르, 쿠뒴, 카눈 등이 더해 박자가 빨라지자 이들은 망토를 벗고 왼쪽으로 몸을 돌리기 시작한다. 탄생이다. 회전속도가 빨라지자 펠레린이 치맛자락처럼 허공에 펼쳐진다. 흰옷은 이슬람 장례 때 죽은 사람을 감싸는 수의를 뜻한다. 회전하는 삶에 죽음이 늘 함께 있다.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은 하나다.

터키인들은 세마를 성스러운 의식으로 여긴다. 세마에 대한 경외심은 이를 처음 세상에 선보인 수피 영성가 메블라나 잘랄루딘 루미로부터 비롯된다. 마울라위 수피 교단의 창시자로 1207년에 태어난 메블라나는 철학자이자 시인으로 이스탄불이 아닌 코냐라는 작은 도시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서민들과 함께 지내며 이슬람의 진리를 전했다고 한다. 메블라나가 머물렀던 코냐에서는 매년 12월7일부터 17일까지 세마를 중심으로 그를 기리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는 그의 사상을 따르는 사람들이 만든, 루미라는 이름을 붙인 재단이 100여개나 될 정도로 그의 영성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는 영성을 담은 시로도 유명하다.

세계생명문화포럼 경기 2005
동정과 자비를 위하여는/태양과 같이 되어라/남의 허물을 덮어주기에/밤과 같이 되고/노여움은 죽음처럼 그리고/겸손하기 땅처럼 되어라/당신의 모습대로 내보이고/당신이 내보이는 바대로 되어라.

한 발을 땅에 딛고 끊임없이 회전하는 형식으로 이뤄진 세마는 그가 보여준 일종의 명상법이다. 한국기업에서 일하는 웨이스 니오 토프라크는 “메블라나가 깨달음으로 얻은 지혜와 사랑을 주위 사람에 전해주기 위해 세마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메블라나는 당시 온 세상이 빛으로 이뤄져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자신도 주위 만물도 모두 빛이라는 것이다. 회전은 자신 내면에 본래 있는 빛을 온 세상에 내뿜는 것인 동시에 빛으로 가득찬 세상을 두루 보기 위함이다. 앙상블을 이끌고 있는 부르한 쿨시는 “세마를 통해 사람들은 유일하신 하나님인 알라와 하나가 되는 태브힛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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