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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07 21:38 수정 : 2005.09.08 14:02

남북이 협력해 ‘사육신’ 을 제작하고 있는 모습. 사진 한국방송 제공.

합작 드라마 ‘사육신’ 접합점 찾는다


남북한 교류에, 정치 못지 않은 비중으로 대중문화가 한 몫 거들고 있다. 북한 출신 가수·코미디언의 등장, 북한 여성 응원단 집중 조명, 남북한 청소년 가상 퀴즈 대결 프로그램 등을 통해 북한을 끌어오기 시작하더니 북한 무용수 조명애의 잇단 시에프 출연, 남북한 화해를 다룬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흥행으로 대중문화의 북한 활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활용이 북한 사회의 사실적 모습을 제공하고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느냐, 아니면 대중 문화 자체의 요구에 따라 북한의 특정 이미지만 차용하면서 계속 타자화시키고 있느냐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적지 않다.

그점에서 한국방송이 제작비를 대고 북한이 직접 연출하는 드라마 <사육신> 프로젝트는 남달라 보인다. 북한 사람들의 시각과 상상력을 직접 접할 수 있는데다, 그게 문화도 상품으로 통용되는 남한 사회에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 협의 대본 수정 다름 인정하고 교류통해 같음 찾아가기
남쪽 시청률 고려 조명애 합류도
내년 가을 안방극장에 북 문화 수용범위 가늠자료

<사육신>을 주목하다

한국방송의 70분짜리 24부작 역사드라마 <사육신>은 시청률을 따지지 않을 수 없는 프라임 타임대의 드라마를 북쪽에서 외주 제작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주목하게 한다. 남북의 문화적 기호가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육신>은 2003년, ‘남북 합작 드라마’를 꾀하며 추진됐던 작품이다. 이미 북쪽에서 자체 제작을 시도했던 작품이다. 하지만 협상 상대인 조선중앙방송위원회가 ‘합작’에 난색을 표하면서, 종국에 남쪽의 제작비로 북쪽의 배우, 연출, 작가, 스태프가 전담해 만들고 있다.

작품의 저작권을 갖는 한국방송은 내년 가을, 방송을 예고하고 있고 계약상 북한의 방영도 북쪽에 자유롭게 허락한 상태다. <사육신>은 남과 북이 함께 보는 최초의 드라마가 되는 셈이다.


한국방송의 김기춘 팀장(남북교류협력팀)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시각 차이의 조절, 혹은 드러냄

“남북 관계 증진과 상호 방송교류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는 한국방송의 김기춘 팀장(남북교류협력팀)은 “하지만 시청자를 고려하지 않는 방송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남한에서 개봉한 북한 SF영화 <불가사리>의 흥행은 저조했고, 처음 남한의 공중파를 탄 북한 영화 <안중근 이등방문을 쏘다>나 <림꺽정>의 시청률도 ?%, ?%로 기대치 이하였다. 김 팀장 말대로 <사육신>이 시청자를 고려한다면 남과 북 사이에 대본, 제작 협상이 긴밀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 <사육신>은 남북의 ‘기호’가 정면으로 밀고 당기며 접합점을 찾는 전범이 되는 셈이다.

그 대마루판은 시나리오다. “시나리오 원본의 드라마적 상상력은 통념을 깰 정도였다. 다만 내레이션과 함축적이며 시적인 대사가 많은 건 남쪽 시청자에게 호소력이 떨어져 대폭 고쳤다.” 김 팀장의 설명이다. 애초 북쪽 작가들이 완성한 대본의 15% 가량이 협의를 통해 수정됐다. 남북한 작가들 등이 지난 4월 베이징에 머물며 이데올로기가 부각된 대목을 다듬고 ‘러브 라인’(사랑 이야기)을 새겼다. 남쪽은 ‘조명애’ 카드도 꺼냈다. 북은 심하게 반대했다. 총연출을 맡고 있는 영화 <림꺽정>의 장영복 감독이 “배우가 아니다”는 점을 내세웠고, 소속이 다르다는 점도 장애물이었다. 그러나 남쪽의 취향, 시청률을 고려해 조씨의 출연(김종서의 수양딸 ‘솔매’ 역)을 전격 결정했다.

“북한 문화가 있다, 없다, 좋다, 안 좋다는 시각보다,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며 교류를 통해 이질적인 부분을 동질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큰 그림 속에서 <사육신>이 있다.”

남북 교류와 시청률, 7:3

제작비는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20억원을 훨씬 밑돌 것으로 보인다. 남쪽에서 제작하면 편당 1억~1억5천만원 가량이 들어갈 작품이다. 제작비의 2/3를 방송 장비 등 현물로 제공했다. 촬영에 앞서 지난 6월말 새 방송기술 연수도 더불어 이뤄졌다. 특히 취약한 조명 부분이 보완됐고, 실제감을 담보하기 위해 필수인 동시 녹음도 북쪽으로선 처음 가능하게 됐다.

지난 7월말 평양에서 드라마의 촬영이 시작됐다. 같은 달 방문해 닷새 동안 머물며 첫 촬영분과 현장을 둘러본 김 팀장은 “북한 예술에 대한 선입견을 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한다. 제작 공기는 1년을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방송 쪽은 세 차례 더 북한을 방문해 중간 검토 및 조율 과정을 갖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06년 가을, <사육신>을 만나게 된다. 배우의 평양 억양이 섞인 사극 말투, 남쪽의 디자인에 맞춰 북에서 자체 제작한 천 여벌의 의상, 가을 단풍이 흠씬 밴 묘향산, 한 여름 탁 트인 평양과 개성 등을 계절적 배경으로 삼아, 이조 시대 사육신의 절개를 전한다. 김 팀장은 “교류의 의미와 시청률을 7:3 가량의 비율로 무게를 둔다”면서도 “드라마가 우리 시청자의 입맛을 맞출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한다. ‘시청률’은 남한 대중 문화가 북한을 대하는 태도를 드러내는 한 척도가 되겠지만 그렇다고 마냥 시청률을 주 근거로 삼는 독법은 위험할 것이다.

글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조명애씨는 여인 무사로 나온다. 사진 한국방송 제공


세조에 끝까지 “나리” 성삼문 충절 집중부각

드라마 ‘사육신은’

어린 단종을 내치고 왕권을 찬탈한 세조에 맞서, ‘충신은 두 왕을 섬기지 않는다’며 목숨을 내걸고 단종을 복위시키려 했던 사육신. 드라마 <사육신>은 여섯 충신 가운데, ‘성삼문’을 집중 부각한다. 깊은 우정을 나눴던 수양대군이 정치적 야망을 키워가면서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피아’가 되는 삼문의 숙명적 삶을 중심 얼개로 삼는다.

세조가 된 수양대군에게 죽임을 당하면서도 끝내 세조를 ‘전하’라 하지 않고 ‘나리’라 불렀던, 삼문의 충절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정사다. 야사는 남쪽 작가들 몫이었다. 애초 북쪽 시나리오에 미약하게 등장했던 가상 인물 ‘소연’을 키워, 아내가 있는 삼문의 애틋한 연인으로 탈바꿈시켰다. 아내를 사별하고 비로소 소연을 받아들이려는 찰나, 삼문은 죽음을 맞이한다.

북한 배우 박성욱, 김련화씨가 주연이다. 조명애씨는 김종서 장군의 수양딸 솔매가 되어, 김종서, 소연을 지키는 여인 무사로 나온다. 북쪽의 김일중, 박인서, 남쪽의 이승희, 박철 작가가 함께 지난 4월 베이징에서 9일 동안 밤낮으로 작업하며 이야기를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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