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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륙 가로질러 화합과 상생 나른다”
“빠앙!” 14일 낮 1시20분(현지시간) 미국의 심장인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 부근의 텐스테이션역에 힘찬 기적 소리가 울려퍼졌다. 창문 일부만 빼고 몸체에 온통 흰색 천을 걸친 대륙간 횡단열차(암트랙) 8량이 플랫폼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작가 전수천(58)씨가 ‘시공간을 뛰어넘는 설치드로잉’으로 준비한 ‘움직이는 선 드로잉’ 프로젝트가 막을 올리려는 순간이다. 이 백색 열차는 21일까지 미대륙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5500Km 구간의 숲과 사막, 도시를 가로지르며 평화를 전파하는 드로잉 붓으로 변신한다. 때마침 열차 시간을 알리는 역의 대형 전광판에는 ‘13시20분 출발; 전시의 드로잉 열차(JHEON’S DRAWING)’라는 이색 글귀가 반짝거렸다. 앞서 이날 역에는 문봉주 뉴욕주재 한국 총영사와 우진영 뉴욕주재 한국 문화원장, 현지 문화계 인사 등 70여명이 나와 전씨를 비롯한 프로젝트팀의 장도를 지켜봤다. 출발한 열차 안에서는 국내외 문화계 인사와 취재진, 관광객 50여명이 탑승한 가운데 바이올린 연주자 강주디씨의 공연과 친교의 밤 행사 등이 이어졌다. 열차는 필라델피아를 거쳐 이날 밤 8시를 넘겨 첫날 행선지인 워싱턴디시에 안착했다. 작품구상 10년여만에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전씨는 “5~6년 전부터 미술계에 공언한 약속을 지켜 기쁘다”며 “열차가 달리는 동안 문명간 화합과 상생이라는 프로젝트의 메시지를 현지인들에게 알리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8일간 대륙의 순백의 선을 긋게 될 이 열차 드로잉 프로젝트는 시카고, 세인트루이스, 그랜드케년 등을 거쳐 22일 오후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하는 것으로 끝난다. 프로젝트 기간동안 열차 안에서는 미술비평가 송미숙, 사진가 배병우·진동선씨, 소설가 신경숙씨 등이 강연 토론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뉴욕/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움직이는 선 드로잉 기획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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