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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외교사절’ 우리도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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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영의트렌드와놀기
지난 6일부터 미국 뉴욕에서는 2006 봄·여름 컬렉션이 시작됐다. 뉴욕은 생기가 넘쳤고 소호와 최근 패션 거리로 뜨고 있는 첼시는 새롭게 생긴 멀티숍(다양한 브랜드가 컨셉트에 맞게 섞여 있는 매장)과 레스토랑,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디자이너가 있었다. 기대를 모았던 디자이너 두리와 리차드 최다. 이들은 모두 한국인이다. 특히 두리는 현지 기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의 쇼장은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젊은 디자이너지만 그의 옷은 매우 완성도가 높다. 자칫 보여주고자 하는 의욕만 앞서 디자인이 너무 비현실적인 방향으로 치닫는 경우가 있는데 두리는 달랐다. 하얀색부터 모래같은 베이지색, 그리고 옅은 산호색에 이르는 자연스러우면서도 고급스러운 색상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을 주었다. 칼라가 넓고 허리를 벨트로 강조하는 우아한 트렌치 코트와 니트·실크 소재를 적절히 사용한 원피스, 칵테일 드레스 등은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신선하고 완성도 높은 것들이었다. 리차드 최는 매우 도시적이면서도 세련된 감각을 선보였는데, 하얀색과 회색, 베이지색, 그리고 검정색에 이르는 중성적인 색상에 울과 실크 소재를 적절히 사용해 매우 세련된 느낌을 주었다. 그도 실용성과 우아함을 적절히 섞어 다음 쇼를 기대하게 했다. 유지니아 킴이라는 모자 디자이너 또한 한국인이다. 세계 패션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외화 <섹스&더 시티>에서 새러 제시카 파커가 쓰고 나온 독특하고 세련된 모자들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어디 그뿐인가. 오랜 세월 ‘오브제’라는 브랜드로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모아오던 디자이너 강진영은 남들이 안정을 찾아갈 나이에 뉴욕에서 컬렉션을 하겠다고 해서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사람들은 반대했고,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몇몇 디자이너가 그랬던 것처럼 컬렉션에 나갔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며 다시 돌아 올 거라고들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뉴욕의 내로라 하는 패션 멀티숍에서 그의 옷들을 만날 수 있다. 확실한 투자와 마케팅 덕이었다. 사실 지금까지는 일본인들이 폐션계를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석봉의 어머니같이 기업과 국가의 든든한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는 일본에 비하면 우리 폐션계의 현실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많은 한국인들이 패션 시장 곳곳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하고 있다.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나 가와쿠보 레이같이 세계 패션을 움직일 정도의 영향력을 지닌 디자이너들도 등장할 것이다. 언젠가는 정부나 대기업의 든든한 후원이 힘을 보태줘 이들이 더 크게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패션은 전파력이 강한 외교 수단이기도 하다. 서은영/스타일리스트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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