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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02 17:41 수정 : 2005.10.03 15:16

“잊혀진 가야여, 머리를 내밀어라” 임진택

주민 뜻대로 축제명칭 가야로, 수로왕 추대 민주절차 닮은꼴 “가락국 역사왜곡 바로잡아야” 세계문화유산 등제 목표 삼아

“왜, 지금 가야입니까?”

임진택(55) 가야세계문화축전 집행위원장에게 물었다. 창작 판소리의 독보적인 존재로서, 마당극이라는 독창적 장르를 만들어 ‘민중 속의 예술’을 관철하고 있는 문제적 인물 임진택이 ‘가야로 간 이유’가 궁금했다. 지난 9월30일 경남 김해시에서 개막한 가야축전은 10월16일까지 계속된다.

“가야는 국내 역사 왜곡의 희생자였습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 이후 삼국시대라는 관념에 갇혀 가야의 존재는 잊혀졌죠. 삼국시대가 아니라 사실상 사국시대였거든요. 무려 500년 동안이나.”

지난해 7월 김해시가 그에게 예술총감독 격인 집행위원장 자리를 부탁하면서 제안한 축제 명칭은 ‘김해세계민족문화축제’였다. 그러나 그는 지역주민 여론조사와 공청회부터 시작했다. 김해에서 국제적 규모의 축제를 연다면 어떤 주제로 해야겠느냐고 물었다. 80% 이상이 ‘가야’라고 답했다. 이렇게 그는 주민들의 뜻을 반영해 행사의 성격을 송두리째 바꾸는 일부터 시작했다. 이번 행사의 민주주의적 성격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가락국의 성립 과정에서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원형을 발견했다구요. 삼국유사 가락국기를 보면, 부족장들이 모여 수로왕을 추대해서 왕으로 모셨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게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제도적 씨앗이라고 본 거죠.”

이는 현 정부가 강조하는 ‘자치와 분권’이라는 모토와도 맞아떨어진다. 민주주의와 자치의 모태, 네트워크형 분권 정치의 원형으로서의 가야라는 존재가 그의 눈에 포착된 것이다. ‘오래된 미래’라는 축전의 테마도 이런 맥락에서 추출됐다. 게다가 가야는 대륙과 해양, 수로를 이용한 교역의 허브였다. 지금 회자되는 동북아 허브의 원형이기도 한 셈이다.

“가야 지역에서 고고학적인 발견이 이뤄진 것은 최근 10년 사이의 일입니다.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이 온전하게 부정된 것도 그 때부터죠. 그 전에는 이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을 신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국외만이 아니라 국내 역사 왜곡도 바로잡아야 합니다. 왜곡되고 상실된 가야 역사를 복원하고 세계 문화유산으로서의 보편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폭발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그는 단단히 가야에 취해있다. 숱한 지역 축제를 이끌어 왔지만 허투루 해 본 적이 없는 그다. 과천 세계마당극 큰잔치부터 시작해 남양주 세계야외공연축제, 서울 세계 통과의례 페스티벌, 전주 세계소리 축제, 경기 실학축전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서 태어났다.


가장 힘든 것은 ‘관료주의’와의 싸움이었다. 남양주 세계야외공연축제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는 경기 동북부를 ‘환경생태 권역’으로 보고, 이곳에서 이뤄지는 축제는 일종의 생명 축제로서의 성격을 가져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개발과 이권이라는 거대한 욕구에 부딪혔다.

“어떤 사람은 제가 덕이 부족하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가 추구해왔던 문화운동이나 축제의 기능이 결국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비민주적 제도와 현상을 바꿔나가는 데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행히 김해시는 ‘자율성 보장과 아낌없는 협력’이라는 두가지 약속을 잘 지켜주고 있다.

지역축제가 남발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그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지역마다 축제를 가지는 것은 바람직한 겁니다. 다만 지역의 정체성과 축제의 내용이 들어맞는지가 중요하죠. 금산 인삼 축제나 담양 대 축제는 아주 훌륭한 거에요. 자치단체장이 축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거나, 예산을 낭비하는 따위의 일은 없어져야죠.”

가야 축전의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는 가야 지역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일이다. 그 일환으로 세계문화유산에 오른 아시아 국가들의 무형 유산을 초청한다. “가야의 친구들이라는 개념”으로 인도와 캄보디아, 중국, 일본, 몽골 등에서 공연팀이 온다.

“가야 축전은 경주에서 열리는 세계문화엑스포에 비견될 만한 것입니다. 예산 규모는 경주의 10분의 1밖에 안되지만 축제의 계기나 성격, 방향은 비슷하죠. ‘범 가야권’이라고 할 수 있는 경남·부산지역 시민들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임진택 표’ 축제 “볼거리 풍년이네”

‘가락국기’ 등 공연…세계무형유산 초청도

‘임진택 표’ 가야세계문화축전의 규모와 내용은 실로 방대하다.

먼저 축제 기간 동안 대성동 고분박물관과 수릉원 일대에서 펼쳐지는 설치행사 ‘불-가야의 밝은 지혜’가 볼거리를 선사한다. 현대 빛 예술의 진수로 알려진 이탈리아의 루미나리에 설치전을 초청했다. 불이 화두가 되는 이유는 가야문화가 ‘불’에 기초한 당대 최고의 기술인 철기문화와 토기(도자)문화로 동북아 문물교류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쇠의 바다’라는 김해의 지명도 여기서 유래한다.

공연행사로는 가무악 총체극 ‘가락국기’와 일련의 마당극, 가야금 공연, 퓨전 난장콘서트와 해외광대 초청공연, 중요 무형문화재 초청 공연 등이 있다. 3일까지 이어지는 가무악 총체극 ‘가락국기’는 ‘가야권’의 지역 예술인 100여명이 참여해 만든 대작이다.

가야 지역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올리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당시 가야와 교류했던 지역들의 세계무형유산 지정 공연물을 초청했다. 2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인도의 ‘꾸디야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왕실무용’, 몽골의 전통 현악 연주인 ‘마두금’, 중국의 고전극 ‘곤극’,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가면극 ‘노가쿠극’ 등 진기한 공연이 펼쳐진다.

김해 자매도시들의 민속공연, 해외 민속촌 홍보 부스, 가야철기공방, 가야-김해역사 대형 걸개그림, 환경사진전-나무 그 품에 안기다, 가야 차문화 한마당, 이주노동자 문화한마당 등의 공연 및 전시행사도 이어진다. 가야생활체험마당, 과학체험마당 등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각종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www.gayafestival.com. (055)330-3953.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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