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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02 17:48 수정 : 2005.10.02 17:48

옛날에, 잭이 콩나무 타던 시절에…

옛날에, 잭이 콩나무 타던 시절에…

영국의 민담을 집대성한 책이 <영국 옛이야기> <스코틀랜드·아일랜드 옛이야기> 등 2권으로 나왔다.

전자는 잉글랜드 지방의 전승 87편, 후자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전승 46편, 합쳐서 133편의 민담을 모은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그동안 그림동화나 이솝우화에만 익숙해진 어린이나 민담 연구자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줄 듯하다.

‘아기돼지 3형제’ ‘곰 세마리’…
133편 장삼이사 ‘잭’ 들의 얘기

우리에게 알려진 영국민담은 ‘아기돼지 삼형제’, ‘곰 세마리’, ‘잭과 콩나무’ 정도. 그나마 유아용으로 각색되어 원래의 맛을 살리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편저자는 조지프 제이콥스(1854~1916). 오스트레일리아생으로 영국의 민담을 수집해 책으로 내는 동안 영국에 거주하였다. 애초 유대인 역사학자로서 러시아에서의 유대인 박해에 관한 책을 썼으며 <유대인 백과사전>을 편집한 바 있다. 유대인 민담에서 촉발된 민담에 대한 관심은 범위가 민담 전반으로 확대되어 1889~1900년 <민담>이란 잡지를 펴냈다. 1890년(36살)에 <영국 옛이야기>를 낸데 5년에 걸쳐 <속 영국 옛이야기> <켈트 옛이야기>, <인도 옛이야기>, <속 켈트 옛이야기>를 냈다.

특히 <영국 옛이야기>는 영국인한테는 자기 고유의 동화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 그는 “10년동안 잉글랜드에서 140여편의 민담을 채록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라고 밝히고 있다.

문제점은 수집시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국동화에 노출되어 민족적인 고유성을 잃은 뒤에 그의 작업이 착수되었다는 것. 그리고 산업혁명과 더불어 발생한 도시화와 전통적인 농촌의 파괴로 인하여 구전전승 주체들이 많이 사라진 다음이었다는 것이다.

제이콥스는 전승과정에서의 훼손을 바로잡아 원형을 되살려내고자 했다. 예를 들어, ‘잭과 콩나무’의 내용 가운데 잭이 콩나무 위에서 만난 요정을 통해 도둑의 보물들이 사실은 자기 아버지의 재산임을 알게 됨으로써 도둑질이 사실은 자기 몫을 되찾는 행위라고 정당화되어 있다. 제이콥스는 요정 모티브가 이야기를 교훈적으로 개작하는 과정에서 삽입된 것으로 간주하여 자신이 어릴 적에 들은 원래의 이야기를 재현해 실었다.


그가 수집한 영국 민담의 특징은 잭처럼 힘없는 인물이 거인들과 벌이는 대결구도가 많다는 것. 잭의 캐릭터가 영리, 멍청, 능청, 분방 등 다양하게 설정돼 있어 민중의 정서와 해학, 삶의 방식 등을 자연스럽게 대변하고 있다. 영어에서 ‘장삼이사’를 ‘잭’이라고 하는 것과 상통한다.

여성들이 능동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점도 특이하다. ‘밀짚모자’ ‘어부와 반지’ 등에서처럼 독립적이고 강인하여 지혜롭게 역경을 헤쳐나간다. 모험이야기조차 거의 절반이 여성이 주인공이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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