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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05 20:12 수정 : 2005.10.05 20:16

정면에서 바라본 서울대 미술관 전경. 비스듬히 기울어진 사다리꼴 모양을 하고 있으며 표면을 덮은 간유리 안으로 건물 각층을 받치는 철제 뼈대(트러스)가 보인다.

건축거장 ‘렘 쿨하스’ 설계 “조형적 놀이터” 서구 흐름 보수적 캠퍼스에 반영
덩어리형 건물 이질감도


“첫 느낌? 유에프오(UFO) 미술관 같다고 할까요….” 관악산 기슭의 서울대 교정 들머리에 최근 들어선 이 대학 미술관을 보고 한 건축가가 던진 촌평이다. 아닌게 아니라 힐끔 보면 건물 자체가 꼭 외계에서 툭 떨어진 덩어리 같다. 세계적인 네덜란드 건축 거장 렘 쿨하스가 설계해 2003년 착공 때부터 화제였던 이 미술관이 지난달 공사를 마무리하고 외양을 드러냈다.

삼성문화재단이 건축비를 대어 기부한 서울대 미술관은 지상 3층, 지하 3층에 연면적 1357평의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이 건물은 우선 사면에서 보는 모양이 모두 제각각이다. 정문 옆 녹지 언덕의 비스듬한 땅 모양에 맞추어 비틀린 사다리꼴 모양의 입면을 지녔다. 층 사이는 X자형의 강철 트러스로 받친 뒤 독일제 간유리로 덮어 외피를 마감했다. 독특한 사방 입면 구조처럼 건물은 얼개에 일정한 틀이 없다. 합성수지 패널벽으로 둘러싸인 지하 1, 2층 도서·미디어 자료실에서 계단, 천장의 채광창 등으로 연결되는 중앙부의 수직 공간이 일종의 축 구실을 하지만 3층 전시실과 2층의 강당, 다용도실 등은 제각기 전혀 다른 단면 형태의 공간으로 삐져나가는 모양새다. 둔덕의 지형에 맞추면서도 붕 뜬 듯한 조각물을 연상시키는 건축 디자인은 역시 그가 설계한 삼성미술관 리움의 아동교육문화센터 안에 매달린 블랙박스 확대판이라는 말도 나온다.핵심인 본 전시실이 300여 평에 불과한 것도 특이하다. 강당, 교육실 등 관객 서비스 공간을 중시하는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란 설명이다. 언덕 아래 꼬리처럼 늘어진 건물 뒷쪽 후문으로 서울대 앞 버스 정류장과 연결되어 시민들의 출입을 배려한 구조또한 눈에 띄었다. 도시계획가로서 건물터의 장소성, 즉 땅의 형태를 어떻게 건축물에 반영하느냐를 고심해온 렘 쿨하스의 주관이 강하게 밴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이 건물의 미덕을 굳이 꼽는다면 미술관을 건축가의 철학이 생동하는 조형적 놀이터로 보는 최근 서구 건축 흐름을, 보수적인 서울대 공간에 반영했다는 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아파트 꼴 기존 강의동과 신축 건물들이 특색없이 잡다하게 뒤섞인 서울대 교정에서 격자형 건물이 아닌 렘 쿨하스의 덩어리형 미술관은 확실히 이질적 존재다. 통나무 같은 난간선이나 간유리 뒤에 트러스 뼈대가 그대로 보이는 건물 외관은 확실히 거칠고 투박한 느낌이어서 경관 조화 측면에서 보면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난개발에 가까운 건물 신축으로 경관이 격변해온 서울대 교정의 혼란스러운 시각 환경을 감안하면, 미술관의 외양을 주위에 맞추기보다 아예 건축가의 자기 논리를 강조한 건물을 내세웠다는 점이 미묘한 설득력을 갖기도 한다. 렘 쿨하스는 기존 질서와는 전혀 다른 조형언어로 서울대 교정에 ‘심폐소생술’ 같은 충격을 주려 한 듯하다. 건축가 황두진씨는 “관료적인 국립대 캠퍼스에 강력한 자기 언어로 주위 공간의 성격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치려 한 점은 평가해야 할 부분”이라고 평했다.

서울대 미술관은 건립 과정에 곡절이 많았다. 95년부터 건립이 추진됐으나 아이엠에프 사태로 착공이 장기연기되었고, 이후 관악구청쪽이 녹지환경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건립을 불허해 논란도 일었다. 렘 쿨하스는 지난 9월 방한 당시 서울대 미술관을 언론에 공개하고 자신이 직접 작품을 설명하기를 희망했으나 기부자인 삼성쪽이 최근 정국 상황을 들어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서울대쪽은 내년 4월 개관 계획만 밝힌 채 언론 등 외부인의 건물 출입과 취재를 철저히 통제하는 중이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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