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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7 17:27 수정 : 2005.10.17 17:33

#1. 소방관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40분이 지난 후였고... #2. <비비시>는 희생자가 400명이 넘을 거라고 하더군 샤는 광신도 집단이 그 학살을 저질렀다고 발표했지. 하지만 누구나 그게 그의 짓이란 걸 알아!!!

사트라피 자전적 만화 강렬한 흑백톤 그림으로 “외세침탈 맞선 항쟁” 외쳐

“쓰기와 그리기 두 가지 재능이 다 있는데 그 중 하나만을 택한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아르트 슈피겔만의 <쥐>를 이은 기념비적 대안만화로 평가되는 <페르세폴리스>(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새만화책 펴냄) 첫권이 번역돼 나왔다. 대안만화는 영화처럼 돈을 쏟아붓지 않고도 ‘이미지’로 사회를 향해 ‘발언’하고자 하는 만화의 한 장르.

이 작품은 이슬람 혁명기에 테헤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 마르잔 사트라피(36)가 보여주는 흥미롭고도 가슴 졸이는 자전적 만화다. 팔레비 왕이 권좌에서 물러난 뒤 그와 그의 가족, 그리고 이웃들이 겪은 개별적 삶을 통해 혁명기 이란의 진실을 능숙한 이야기꾼의 입담과 강렬한 흑백톤의 그림으로 보여준다. 둘째권은 유럽에서의 생활과 성인이 되어 다시 이란 사회에 돌아오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제목을 삼은 ‘페르세폴리스’는 이란 남부 시라즈 북동쪽에 있는 옛 페르시아제국의 수도.

1994년 작업실 동료한테서 소개받은 슈피겔만한테서 방법적인 영감을 얻었다는 그는 2002년 이 작품 발표 이후 이란에 대해 묻는 사람이 줄었으며 혹시 그런 사람이 있으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말한다고 전한다. “영화로 만들려면 많은 돈과 스폰서, 등장인물 등 1만여명이 필요하지만 그래픽 노블은 작가와 편집자만 있으면 된다.” 그는 ‘코믹스’라는 말 대신 ‘그래픽 노블’이란 명칭을 쓴다. 독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1권의 마지막 찡한 장면은 그러한 명칭에 값한다. 테헤란 메흐라바드 공항. 검색대 너머 유리벽 안에서 한 소녀가 놀란 눈으로 밖을 보고, 졸도한 엄마를 안아든 한 아빠가 클로즈업 돼 있다. ‘그냥 떠나는 게 좋았을 것을!’이란 지문이 붙었을 뿐이다. 2권의 마지막 장면도 공항으로 마무리되는데 작가한테 공항은 생의 전환이란 의미도 겸한다.

대안만화 ‘페르세폴리스’가 말하는 1979년 혁명전후 이란의 진실은…
이 작품이 문제적임은 억류, 투옥, 고문 등 1979년 혁명전후 이란의 가려진 진실뿐 아니라 혁명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뿌리까지 이야기한다는 것. 통상 이란의 이미지는 서구인의 시각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광신과 호전성이다. 팔레비의 추방과 미 대사관의 점령, 그리고 이라크와의 전쟁 등이 그러한 시각으로 왜곡되었다. 진실은 2500여년 폭정과 굴욕 속에서 살아온 이란인들의 자유를 향한 외침이었고, 석유를 둘러싼 외세의 침탈에 맞선 항쟁이라고 이 작품은 말하고 있다. 선지자가 되는 게 꿈이었던 순박한 소녀의 시각으로 보았기에 더욱 설득력 있다. 동화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를 겸한 작가의 재능이 곁들어 소녀적 감수성을 극대화하여 보여준다.

번역자 김대중(31)씨는 “필치가 부드럽고 심플하지만 섬세하다”면서 특히 “이미지적 표현기법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카스트로, 체 게바라, 트로츠키 놀이를 하는 아이들, 자전거 위의 군상으로 표현된 혁명, 한컷에 압축한 이란의 역사, 불로 위장한 극장에서의 대량학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하느님 등 여덟 쪽에 걸친 ‘자전거’는 당시의 현실을 역사의 맥락에 꿰어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극장의 불길에서 타죽어간 사람들의 영혼을 불길의 모양으로 처리한 컷(21쪽)은 아주 볼 만하다.

프랑스에 거주 중인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궁극적으로 자신의 작품은 가족사를 다루고 있다면서 <수놓기>는 할머니가 주인공이고, 출간이 임박한 다른 작품은 외삼촌에 관한 이야기라고 전했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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