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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9 18:23 수정 : 2005.10.20 14:21

이가현 <한국예술종합학교신문> 기자

2005대학별곡

과거에 공모전이라 하면 문학이나 미술 부문을 떠올리는 게 전부였으나, 지금은 문학 공모전부터 대한민국 응원공모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주최 기관도 대기업부터 구청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다.

인터넷에서도 이를 쉽게 확인한다. 공모전 관련 카페만도 400여개에 이르고, 공모전을 알리는 글은 단숨에 조회수가 5천을 넘는다. 각양각색의 공모전을 공략하는 각양각색의 비법까지 나돌고, 공모전 알림 메일을 보내주는 친절한 사이트도 있다.

이처럼 공모전에 눈독을 들이는 대학생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이유는 명확하다. 살벌한 취업전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다. 박정환(순천향대 국제통상학과 3학년)씨는 “디자인 공모전에 입상한 경력이 있다면 취업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학생들이 취업에 도움이 될까 해서 대기업 공모전에 기웃거린다”고 전한다. 전공학과와 무관하게 진로를 정한 그에게, 공모전은 곧 전공수업이다.

아예 공모전을 준비하는 대학 수업도 있다. “학기 중에 공모전 하나를 선정한 다음, 수업 중 진행된 과제물을 공모전에 출품하는 게 과제”인 수업을 듣는 경기대의 최기웅(시각디자인과 3년)씨. 이번 학기에는 공모전 마감 일이 9월 중순께 있어 개강일을 앞당길 만큼의 ‘열렬 공모전 정복 수업’이다. 최씨 역시 취업을 계산하고 있다.

미술 관련 공모전에 욕심내는 최희주(경기대 장신구디자인과 4년)씨도 “처음 공모전을 할 때는 참여하는 데 의의를 뒀지만 지금은 내 능력을 평가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대학생이라는 이름으로 임하는 마지막 공모전이니 최선을 다 하고 싶다”고 설명한다. 공모전은 이미 취업 면접만큼의 부담으로 자리해 있다.

그러나 공모전은 스스로 큰다. 이젠 대학생들 사이에서 하나의 소통의 장으로 구실한다. 대학생 문화의 꽃이라 할 동아리가 침체하면서 그 자리를 대신하기도 한다.

벌써 네 번이나 크고 작은 마케팅 공모전에 팀을 만들어 참여했던 박재영(아주대 컴퓨터공학과 4년)씨는 “팀원들 간의 돈독한 우애 속에서 성장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 즐겁다”며 공모전의 의미를 설명한다. 시끌벅적한 또 하나의 ‘동아리방’에 학교와 학과를 떠나 모인 학생들끼리 둘러앉아 비슷한 삶을 이야기한다.

엄경석(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3학년)씨는 “나를 실험해보고 지금의 내 위치를 한 번쯤 확인해볼 수 있는 작업”이라면서도 “더불어 상금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변지민(영상원 멀티미디어영상과 2학년)씨도 “입상하게 되면 상금으로 여행경비를 마련하고 싶다”며 “내 노력과 맞바꾼 돈으로 여행을 한다면 매우 뜻 깊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공모전은 입상만 한다면, 시간 대비 돈벌이로 대단히 효과적이다. 하지만 선택받은 이는 드물다. 이와 같은 바람은 대개 바람으로 끝나고 만다.


대학생들은 말한다. 공모전을 위해 고민하며 며칠 밤을 지새우고, 수상 발표가 있기까지 마음 졸이며 쓴 담배를 태우고, 수상하지 못해 술 한잔을 기울이더라도 자신은 최선을 다 해서 즐거웠다고. 내가 한층 성숙해 질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만족한다고. 다만 주최쪽 홍보를 위해 우후죽순 열리는 일부 공모전들은 사절이다. 공모전에 목숨 거는 대학생들, 두 번 죽이는 짓이란다.

어쨌든 공모전에 도전하는 대학생들이여, 그 목적이 취업이든 돈이든 그대들의 꿈을 채운 잔으로 오늘은 건배!

이가현 <한국예술종합학교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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