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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개관하는 용산 새 국립중앙박물관 전경. 중앙부의 으뜸홀 유리돔을 중심으로 왼쪽이 대극장과 사무실이 있는 서관이고, 오른쪽이 상설 전시공간이 있는 동관이다.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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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59건·보물 79건 전시 4000억 투입 사상 최대규모
찬란한 부여 백제금동대향로, 한글의 대명사인 <훈민정음> 해례본,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와 윤두서의 <자화상>, 경주 황남대총 금관, 충무공 이순신이 썼던 장검… 28일부터 새로 문을 여는 용산 국립 중앙박물관(관장 이건무)에서 관객들에게 처음 선보일 문화유산 명품들이다. 4000억원 이상이 투입된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박물관 개관과 더불어 사상 최대 규모의 국보급 문화재 전시가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박물관쪽은 19일 새 박물관의 5개 상설 전시실의 46개 방에 선보일 중요 전시품들을 취재진에 공개했다. 이 박물관 비장품뿐 아니라 서울, 지방의 공·사립 박물관, 개인 수장가 등으로부터 차출하거나 빌려온 유물들인데, 국보는 59건, 보물은 79건이나 된다. 오영찬 학예연구관은 “나라 안의 전체 국보 300여 건 가운데 건축물 등을 제외한 동산성격의 국보는 200건이 조금 넘는다. 이들 가운데 30% 이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부터가 전무후무한 전시규모”라고 말했다. 가장 화제를 모으는 백제 금동대향로(국립부여박물관 소장)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24일께 도착해 설치한다고 한다. 93년 부여 능산리에서 출토되어 이듬해 서울에서 잠깐 모습을 보인 지 11년만에 나들이 오는 셈이다. 백제시대 고위 관리가 남긴 희귀 석비인 사택지적비와 같이 전시될 향로는 1달만 전시되고 다시 내려간다. 상설 전시실은 동관 전시동의 현관격인 ‘으뜸홀’에서 동쪽으로 뻗은 ‘역사의 길’ 양쪽의 공간 3층에 걸쳐 흩어져 있다. 역사의 길 동쪽 끝에는 최근 복원한 경천사 10층 석탑이, 중간 통로에 사자 받침대가 딸린 고달사터 석등이 보인다. 우선 찾아본 고고관은 선사, 고대기 유물부터 삼국시대, 발해시대까지를 포괄한다. 부산 동삼동 신석기 패총 유적에서 나온 융기문 토기, 국내 최고의 옹관묘로 추정되는 경남 진주 상촌리의 독널, 강원도 춘천 천전리의 화살촉과 살대 결합 유물, 전북 완주 갈동 유적에서 나온 한국식 동검 거푸집 등이 처음 선보였다. 또 경북 경산 임당동에서 나온 삼국시대 갑옷 제작 나무 틀은 통통한 몸체에 달린 받침대 발이 앙증맞다. 고구려실 앞에는 사신도 벽화 모형이 사방에 붙었다. 용산 이전으로 신설된 역사관에서는 고려, 조선의 역사 관련 자료, 문서들을 자료관 주제관으로 나눠 선보이게 된다. 세계 최고의 목판 인쇄본인 무구정광다라니경(국보 126호), 고려 초조대장경의 일부인 목판 대보적경(국보 246호), 진흥왕 북한산 순수비(국보 3호) 등의 금석문 유물들이 가득하다. 또 현종이 명안공주에게 보낸 한글 간찰과 추사의 한글 편지 등도 보인다. 전시의 눈대목인 간송미술관 소장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은 개관 직전 전시장에 들어올 예정이다. 미술실은 회화·서예와 불교조각·금속 공예 등 두 개의 영역으로 나뉘어진다. 우선 2층 회화·서예실에서는 개인소장인 추사 김정희의 저 유명한 <세한도>(국보 180호)와 <묵란도>, 해남 윤씨 고택에 전하는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국보 240호)과 가전화첩 등이 어렵게 찾아왔다. 3층 불교 조각실은 남산과 용산 언덕이 삼면 창에 올려다보이는 전망에 푸근한 부처상들의 미소가 가득하다. 별도의 암실방에 모셔진 국보 83호 반가사유상과 전시장 동쪽 끝에 나란히 선 감산사 아미타·관음 입상(국보 82호), 춘궁리 철불 등이 손짓한다. 다른 도자실에서도 소상팔경무늬 연적(보물 1329호)과 오리모양 연적, 향완 등의 일급 유물들이 처음 공개될 예정이다. 소장처를 떠나지 않았던 아산 현충사 소장 충무공 장검(보물 326호), 감은사 동탑 사리갖춤, 화엄사 석경(보물 1040호), 추사 김정희의 명필 글씨인 해인사 중건 상량문 등도 나들이에 동참했다. 일본 나라 국립박물관은 접하기 힘든 고려시대 불화인 수월관음보살도 2점을 불화실에 보내 개관전의 뜻을 보탰다. 박물관쪽이 차례로 소개한 5개 전시실의 관람 동선은 무려 4㎞. 박물관쪽은 “듬성듬성 봐도 적어도 11시간 정도는 걸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몇일 정도 나누어 특정 전시실 위주로 관람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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