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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20 20:09 수정 : 2005.10.20 20:09

“‘주홍글씨’ 작가도 세관원인걸요” 김병중씨

시집 낸 세관직원 김병중씨

“삽 하나가 흘러넘치는 호수를 만들고/ 삽 하나가 등고선을 바꾸어가는 일을 보며/ 오늘도 네 가슴으로 한 삽 한 삽 삽질을 한다/ 내 마음을 삽으로 퍼서 사랑을 만드는 일이다/ 삽질은 경계를 짓는 것이기 보다/ 새로운 물길을 만드는 일이다.”(〈삽질〉가운데.)

인천국제공항세관 김포출장소 직원 김병중(50)씨는 동료들 사이에 시인으로 유명하다. 김씨는 2003년부터 3년 가까이 엑스레이 판독, 여행자료분석 일을 하는 동료 직원 200여명에게 일주일에 서너번꼴로 이메일 시를 배달해왔다. 최근 그렇게 보낸 시 31편을 묶어 시집 〈서른하나의 사랑수첩〉을 펴냈다.

“엑스레이 분석이나 여행자료분석을 하는 동료들은 업무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자칫 삭막해지기 쉬운 동료들에게 따뜻한 감성을 전달하기 위해 시를 보냈습니다.”

그에게 시 짖기는 취미 이상이다. 시를 써온 지 25년 가까이 됐다. 국제펜클럽, 한국시인협회 회원이고, 시집 7권, 산문집 1권을 냈다. 대학에서 현대시 분석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순수문학상 등 3차례 수상 경력이 있다.

원래 꿈은 전업 작가였다. 대학에서는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졸업 뒤에는 한동안 시와 소설을 쓰려고 산골 마을로 들어갔다. 그러나 공무원 시험을 보라는 부모님 권유를 뿌리치지 못했다. 처음에는 시험만 합격하면 다시 작가가 되는 길을 걸으려 했지만, 1980년 관세청 9급 공무원 임용 시험에 합격하고 근무를 시작하면서 전업 작가의 길은 멀어져 갔다.

김씨는 세관 직원이라는 직업이 작가가 되는 길과 동떨어져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홍글씨〉로 유명한 미국의 나다니엘 호손도 세관 직원이었습니다. 여러 나라 문물을 엿볼 기회가 많은 세관이라는 직장이 문학을 하기에 여러모로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꿈은 진행형이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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