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물관 동관 전시동 얼개
|
어마어마한 ‘성채’ 드디어 개관 공연장·공원갖춘 복합문화단지 광장 영상쇼 등 축하무대 열려
외세의 땅이던 서울 용산이 민족문화의 대전당으로 탈바꿈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8일 용산에 단일 건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새 박물관 건물을 지어 재개관한다. 해방 이후 옛 조선총독부 청사 등에 계속 더부살이해오다 60년만에야 온전한 제 집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일본군, 미군 등의 외국 군대가 줄곧 주둔해온 용산 땅에 문화유산 전당이 들어선 것은 예사롭지 않은 역사적 상징성을 띤다. 부지면적 9만2000여 평, 연건평 4만여 평, 45개 방을 갖춘 전시장 면적만 8100여 평에 달하는 새 박물관은 거대한 성벽 모양의 구조체다. 외국 인사들이 한결같이 입을 쩍벌렸다는 이 거대한 박물관은 용산의 지리 문화적 성격을 뒤바꾸며 핵심 문화지대로 등장할 전망이다. ◇ 그냥 박물관이 아니다=동아시아 중심 박물관을 표방한 새 박물관은 전시장, 수장고 등이 주축인 기존 시설과 달리 공연장, 휴식 놀이 시설, 공원 등을 갖춘 복합문화 단지다. ‘느끼고 배우는’ 대국민 서비스 공간을 강조한 결과다. 남산쪽으로 탁트인 건물 중앙부 대청 개념의 열린 마당을 중심으로 상설 전시관인 동관과 전문 공연장 ‘용’과 어린이 박물관, 교육시설이 들어찬 서관으로 건물이 갈라진다. 세계 박물관에 유례가 없는 826석 짜리 공연극장인 용을 비롯해 겨울철 스케이트장이 될 건물 전면의 대형 ‘거울못’, 100여 종의 꽃과 작은 동물들이 뛰노는 동산, 폭포 등이 있는 5만여 평짜리 정원, 8개나 되는 카페 식당공간 등이 있다. 기존 박물관보다 교육·문화공간과 편의시설은 10배 이상 확장됐으며 별도의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단이 설립돼 이들 시설의 운영을 전담한다. 180m나 되는 대복도인 동관 역사의 길 양쪽 6개 영역 전시장도 아시아 관이 신설되고 독립 전시장이 대폭 늘어났다. ◇ 진통을 거듭한 건립 과정=1993년 박물관으로 쓰던 옛 조선총독부 청사를 철거하면서 문민정부가 급하게 추진한 용산박물관 개관 공사는 용산 터에 대한 비판 여론을 안고 출발한, 난산의 과정이었다. 애초 2003년 10월 개관을 목표로 97년 10월 착공했으나 전시설계가 부실해 전시실 공사가 중단되고, 건립추진기획단과 박물관으로 이원화한 건립 준비과정의 난맥상도 잇따르자, 국회의원들이 나서 준비기구를 통합하고 공기를 1년 6개월 늦추는 곡절을 치러야 했다. 정문 쪽에 있던 미군 헬기장 이전 문제도 수년동안 합의를 보지 못하다 지난 5월에야 터를 인수받아 공사를 마쳤다. ‘절망의 늪’으로 불리웠던 건립 과정은 100년 앞도 보지 못하는 정부 문화재 정책의 한계를 낱낱이 드러내며 박물관 사람들에게 시련을 안겼다. ‘새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대한민국이 보인다’는 개관 문구는 역설적 의미를 달고 있는 셈이다. ◇ 박물관의 미래는?=전시, 교육 기능 강화의 취지에 따라 지난 8월 전시팀과 교육홍보팀이 딸린 교육문화교류단과 연구 수집 기능 중심인 학예실로 직제 개편을 단행했다. 학예사도 매년 늘려 2000년 이전 40여 명 수준에서 100명을 훌쩍 넘겼고, 박물관 정책 기능까지 떠맡는 2단 1실3과4부 체제의 거대조직이 됐다. 외형과 달리 문화재 동네에서는 앞으로 운영 방향에 대한 뒷말들이 적지 않다. 대규모 공연시설과 운영재단 신설, 학예실의 전시 기능 분리 등이 상부기관인 문화관광부의 일방적 주도로 진행되면서 재단, 교류단, 학예실 사이에 역할과 위상을 둘러싼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공연시설 프로그램의 경우 박물관의 전시기획과 조화롭게 운영될 지도 관심사다. 차기 관장을 둘러싼 복잡한 내외 기류와 새로 들어온 신참, 소장 학예사와 중간 간부 학예관들과의 소통 장벽 등도 예상되는 현안들이다. 한 소장 학예사는 “지금까지는 모두 개관에 총력을 기울여 잡음을 막았지만 앞으로는 내부 조직의 위상을 둘러싼 문제들이 돌출할 것”이라며 “연구, 전시, 사회교육의 삼대 기능을 조화시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개관식은 28일 오전 10시 구내 으뜸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일반 개방은 오후 2시부터 시작된다. 국내 최대의 국보, 보물급 문화재를 모은 상설전과 박물관 60년사를 살펴보는 기획전 ‘겨레와 함께 한 박물관 60년’이 기다리고 있다. 28~30일 오후 6시~9시 박물관 앞 열린광장 등에서는 멀티영상쇼, ‘난타/점프’ 공연, 음악회, 락 페스티벌 등의 축하행사도 잇따르며 28~29일에는 개관 기념으로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 사사키 오사카시립대 교수 등이 참여하는 국제심포지엄이 마련된다. (02)2077-9670.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