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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28 19:07 수정 : 2005.10.28 21:26

관장 취임때부터의 꿈이 현실로-‘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개관’ 이건무 관장

“1년간 기다려준 국민들께 감사”

한국의 발굴역사를 여러번 새로 썼던 백전노장의 고고학자가 마침내 한국 박물관의 역사도 새로 쓰는 영광을 안았다. 28일 서울 용산벌에 문을 연 새 국립중앙박물관의 사령탑인 이건무(58)관장의 얼굴에는 모처럼 환한 꽃이 피었다. 그는 이날 오전 으뜸홀에서 열린 개막행사를 마치고 바깥 열린 마당으로 나와 오전부터 줄을 선 관람 인파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어린이박물관·시민공원…
‘국민들의 공간’ 으로
장애인 편의도 신경써

“박물관 앞을 메운 저 관객들을 보니 감격스럽습니다. 행복합니다. 2003년 봄 관장 취임 뒤부터 밤낮 꿈꾸고 바라던 그 풍경입니다. 문을 닫은 1년 동안 불편을 참고 기다려준 국민들과 어려운 시절 박물관을 지켰던 선배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광복 60돌을 맞은 뜻깊은 해에 세계적인 박물관, 한결 나은 박물관으로 발돋움했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싶다”고 했다. 얼핏 의례적인 말 같다. 하지만 ‘한결 나은’을 강조하는 그의 말에는 뼈가 들어 있다. 문민정부 시절 무리한 착공과 졸속 시공으로 공기가 늦춰지고 박물관 위상이 상처를 입는 등 건립과정의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나름대로 박물관의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는 자부심으로 들렸다. 그는 그 변화를 세계화와 국민 친화적인 철학이란 두가지 열쇳말로 풀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연면적 4만여 평이 넘는 세계적 규모도 규모지만 저는 박물관이 국민들이 보고 즐기고 느끼고 배우는 공간으로 성격이 바뀌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어린이들이 마음껏 놀고 만지며 배울 수 있는 어린이 박물관을 만들었고, 나무와 연못, 레스토랑, 카페가 있는 시민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관객들이 휴식하고 사색할 수 있는 마당이 생긴 겁니다. 과거 엄숙한 박물관에서는 생각조차 못했던 겁니다. 관객 친화적인 철학의 변화가 있고서야 가능한 일이지요. 어린이, 노인, 청소년까지 다양한 이들이 배울 수 있는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26개나 마련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장애인 관련 편의시설에 전례없이 신경을 많이 썼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화재 발생 때 청각 장애인을 위해 경고음 대신 스트로보를 깜빡거리는 시설도 몇차례나 시뮬레이션을 거쳐 설치했다”며 “여느 유수의 외국 박물관 못지 않은 시설”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실을 신설해 그동안 없던 아시아권 국가들의 낯선 유물을 보여주게 된 점도 성과로 꼽았다. “우선 인도네시아실을 2년 동안 설치하고 이후 다른 동남아 국가 작품들을 대여받아 보여주게 됩니다. 다른 나라 문화유산을 보면서 문화의 다양성을 생각하고 우리 문화유산의 정체성을 더욱 새롭게 생각하자는 취지지요.”


광주 신창동, 창원 다호리 같은 기념비적 발굴을 뚝심있게 추진했던 학자답게 그는 개관 일정에 자신의 모든 열정과 책임을 쏟았다고 했다. 건립 준비기간 내내 품에 사표를 넣어 가지고 다녔다는 일화가 따라다니는 그다. “당연한 말이지만 박물관은 국민 여러분의 것입니다. 이제 그 상식을 제대로 느끼도록 해드리려 합니다. 내집이라고 생각하고 언제든지 자주 찾아와 주시기를 바랍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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