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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이 8년 동안의 대역사를 마치고 일반시민에게 문을 연 28일 오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9만3000여 평의 터에 세워진 새 박물관은 세계 6위 규모다. 올해 말까지 관람료는 무료지만, 관람질서 유지와 이용객 안전을 위해 박물관 경내 3곳에 설치된 매표소에서 ‘무료관람권’을 받아야 입장할 수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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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민족 자존의 전당”
28일 서울 용산벌에 문을 연 새 국립중앙박물관 개관행사는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으뜸홀 현관에서 치러졌다.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 제로 와식 인도네시아 문화부 장관, 유홍준 문화재청장, 히로시 노자키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장,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 등 국내외 문화계 인사 500여 명이 참석했다. 건립과정을 담은 영상물 상영, 전통 처용춤에 바탕한 국립국악원의 축하공연 축연지무, 대통령 축사 등이 이어졌다. 노 대통령은 축사에서 “박물관을 광복 뒤 여섯 차례나 이전해야 했던 안타까운 역사가 막을 내리고 외국군이 주둔했던 용산에 민족 자존의 전당이 들어섰다”며 “새 박물관은 미군기지 이전 뒤 조성될 용산 민족역사공원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관 행사 직후 전시동의 큰 문이 열리면서 참석자들의 관람이 시작됐다. 노 대통령은 최근 일본에서 반환된 뒤 전시장 들머리 역사의 길에 설치된 북관대첩비와 고달사터 쌍사자 석등, 그리고 고고관의 부여 능산리 출토 백제 금동대향로, 고구려 사신도 벽화 모형과 역사관의 고지도 등을 살펴보며 이건무 관장의 설명을 들었다. 외국 문화계 인사들은 연건평 4만1천여 평, 전시장 면적만 8천평이 넘는 규모와 전시품 수준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히로시 노자키 도쿄 국립박물관장은 “아시아 최고의 박물관이란 걸 현장에서 실감했다”며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들의 명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반 개관은 오후 2시부터 시작됐다. 앞서 오전부터 2만명이 넘는 관객들이 몰리면서 줄 선 인파가 박물관 부근의 이촌동 거리까지 이어졌다. 박물관 쪽은 회당 3000명의 관객을 들여보내 폐관시간인 6시까지 9000명만 받기로 했으나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리자 1만9000매까지 입장권을 더 발매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오후 4시께 동나자 일부 관객들은 직원들과 실랑이 끝에 표 없이 입장하기도 했다. 첫번째 입장객은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에서 온 강태수(75)씨였다. 이 관장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강씨는 “오전 9시께 도착한 뒤 서둘러 전시동으로 가서 기다렸는데, 첫 관객이 될 줄은 몰랐다”며 “앞으로 손주들 데리고 계속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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