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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01 14:10 수정 : 2005.11.01 14:21

[생활의발견]“힘이 들어가요! 어쩌죠?”

생활의발견 ‘임신과 출산’을 쓸 때 뱃속에 있던 ‘콩알’이가 이렇게 컸습니다. 지난 5월27일 새벽 5시19분에 태어났으니 이제 6개월째 접어듭니다.

◇ 모든 여자가 위대하게 보였습니다

25일 첫 진통이 왔고, 다음날 5분 간격의 진통이 느껴져 저녁 8시 병원을 찾았을 때만 해도, 자궁이 1.5센티미터 열려 입원(최소 2센티가 열려야 입원이 가능하다고 함)을 거부당할 뻔 했지만 담당의사가 “예정일 지났죠? 그냥 입원하세요!”라는 말에 얼떨결에 입원했는데, 막바로 시작되는 진통을 거쳐 ‘콩알’이가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사실 이때 입원을 거부당했더라면, 평생 후회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던 더욱 힘든 출산을 경험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쉬웠던 입원과 달리, 당직의사한데 미한한 마음이 들 정도로 자궁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습니다. 마음 같아서야 진통 빨리 끝내고 ‘콩알’이를 보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지만 말입니다. 새벽 3시까지도 4센티가 열려, 오죽하면 의사가 날 밝고 한참이 지나서야 출산의 기쁨을 맛볼 것 같다며 느긋하게 기다리라고 했을까요?자칫하면, 아빠(아침에 출근해야 했기 때문에) 없이 아이를 낳을 뻔 했죠. 그 소리를 들어서 그런지 3시 이후 진통이 세졌습니다. 거의 ‘휘몰아쳤다’고 해야 맞겠군요. 4시께가 지났을 때는 8센티가 열렸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아래로 내려오지 않아, 수술을 해야할 지도 모르겠다고... 자세를 바꿔 진통을 견디라 하더군요. 다행히 5시쯤 아이가 정상적으로 내려왔다는 희망섞인 얘기를 들었습니다. 진통이 세지면서 고통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밀려왔습니다. 다행히 소리를 지르거나 울지는 않았지만 죽고 싶을 지경이었으니까요.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조금만 참으면, 아이가 나온다”, “숨을 제대로 쉬지 않고 기력을 잃으면 아이에게 해가 된다”, “(애 낳았던 친구들 얼굴을 떠올리며) 걔들도 참았는데, 나도 참아야지!”라며 스스로를 위안했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위대하다는 생각, 그때 처음으로 들더군요.

5시쯤. 출산준비를 하고, 분만에 들어가자고 합니다. “이제 끝이구나~” 안도하고 나니 마음이 오히려 편해지더군요. 의사는 진통이 와도 힘을 주지 말고, 참으라고 합디다. 그 와중에 전 “힘이 들어가요! 어쩌죠?”하며, 당황해했고, 의사는 "아이 머리 소독도 안하고 애 낳을려고 하느냐?”며 면박을 줍니다. 어쨌든 수분이 지난 뒤, 의사의 입에서 "힘주세요!"라는 말이 나왔고, 그동안 비축해두었던 기력을 모아 힘을 줬습니다. 거짓말 안 보태고, 딱 한번. 한번만에 햇살이 나왔습니다. “응애응애~” “신랑분, 탯줄 자를 준비 하세요!” 우리 신랑 당황합니다. 이렇게 빨리 아이가 나올 줄 몰랐다고 나중에서야 고백하더군요. ‘콩알’이가 세상을 처음 대면할 때 아빠의 얼굴도 볼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신랑은 밤 꼬박 새고 출근을 했지만 말입니다. ㅋㅋ

◇ ‘수아’라는 이름의 보물

솔직히 아이를 처음 접했을 때 실망(?)한 것도 사실입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연신 “귀엽다”고 해 진짜로 귀여운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니, 못생겼더라고요... ㅋㅋ 지금은 물론 많이 이뻐졌습니다. 아빠를 닮아 곱슬머리이고, 저를 닮아서인지 피부는 약간 흰 편입니다. 이름도 ‘수아’라고 지어줬습니다. 엄마로서 소질이 없는 저를 만나, 고생을 하지만 아직까지는 건강히 잘 자라고 있습니다. 요즘은 엄마와 아빠도 알아봅니다. 저만 보면 웃으면서 달려들죠. 그런 딸을 두고, 출근해야 하는 제 맘은 매일매일 미어집니다. 요즘 수아는 저의 가장 큰 보물이고, 하루하루 달라지는 수아를 보는 낙으로 사는 저이니까요. 수아 때문에 남편은 자연스럽게(?) 제 관심에서 멀어지더군요... 그래도 어쩔 수 없죠... 10월27일. 5개월의 마지막 날인 이날 밤 처음으로 뒤집기를 했습니다. 아직은 고개 들기 때문에 힘들어해 항상 눈을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잠을 잘 때도 몸을 뒤척여 조마조마합니다.하지만, 수아는 지금 배꼽 때문에 엄마와 아빠 마음을 졸이게 하고 있습니다. 내일 외과의사의 소견을 들어봐야하겠지만 초음파 검사 결과 탯줄에 연결됐던 관(뱃속에 있을 당시 노폐물과 소변을 배출했던 곳)이 제대로 막히지 않아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하네요.모든 부모맘이 똑같겠지만, 제가 제대로 돌보지 않아 그런 것 같은 죄책감에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수술을 해야 한다면 마취도 해야 할테고, 그만큼 많이 울텐데... 걱정입니다. 그래도 나중에 배꼽에 염증이 나거나 하면 생명이 위독할 수 있으니, 수술을 해야 한답니다...

◇ 종합병원… 진료받기 너무 힘들다

수아의 증상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예방접종을 맞을 때도 의사는 “배꼽이 아무는 단계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병원을 옮겨 다른 병원에 갔더니, 소견서를 써줄 테니 종합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라고 조언하더라고요. 바로 종합병원에 갔습니다. 종합병원, 너무 짜증이 납니다. 진료비가 일반 소아과에 비해 3~5배 가량 비싼 것은 감안하더라도, 예약과 진료비 납부 등 한번 가면 아이를 안고 여러곳을 다녀야 합니다. 몇분~몇십분 대기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병원만 가면, 바로 초음파 찍고 검사결과가 바로 나와서 수술여부가 곧바로 나올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처음 병원에 간지 2주가 지났지만, 아직 확진을 받은 것은 없습니다.의사가 외래보는 날이 아니라, 의사가 진료하는 날 맞춰서 예약날짜를 받아 병원에 다녀야 합니다. 소아과에서 진료할 부분이 아니면 다른 곳(외과)으로 옮겨서 치료를 받으라고 소견서를 써주는데, 외과의 예약 스케줄에 따라 예약이 잡힙니다. 완전히 병원 맘대로이지요.그런데도, 종합병원은 항상 사람으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심지어 흔한 감기나 예방접종을 맞추기 위해 이곳을 찾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종합병원은 3차 진료기관인데도 말입니다. 종합병원과 개인의원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한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종합병원이 왜 환자들에게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는지도 말입니다.

물론, 아이 아픈 것때문에 부모가 겪는 마음의 고통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더 위중한 환자들을 위해 종합병원 진료를 자제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우리 수아처럼 예약이 늦춰져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없도록 말입니다. 지금은 괜찮지만, 갑작스레 감염 등의 불상사가 생기면 큰일 난다고 하니까요. 동네 병의원을 다녀보니, 좋은 의사들도 많이 있습니다. 오히려 환자들에게 더 친절하고, 관심도 많이 가져줍니다. 1차 진료는 의원에서... 부탁하고 싶네요. 너무 이기적인 부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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