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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01 18:42 수정 : 2005.11.01 18:42

독일인이 본 ‘프랑트프루트 도서전’ 후기

독일인이 본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후기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한 제57회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지난달 23일 막을 내린 뒤, 한 독일인이 이번 행사와 한국 문화에 대한 글을 보내왔다. 주빈국 행사의 주제인 ‘스밈과 대화’처럼 한국 문화를 유럽에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게 한국쪽의 목표이기도 했다. 편집자

한국 ‘엔터’ 치니 수준급 작가 우르르

만약 1년 전 쯤 누가 한국 문화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왔다면 내 대답은 10초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 때만 해도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이라면 한 두 가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1988년 올림픽이 열린 나라, 2002년엔 월드컵이 열렸던 나라라는 정도를 알고 있었을 따름이다. 월드컵 준결승에서 독일이 한국을 1대 0으로 이겼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짜릿한 일이다. 또 학생 때 한국전쟁이나 남북분단에 대해 들은 기억도 난다. 한국 경제에 대해선 얘기가 다르다. 삼성과 엘지·현대·기아 등이 승승장구하는 이야기는 나도 일찍이 들어 잘 알고 있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보신탕 이야기도 한국에 대해 내가 아는 것 중 하나다.

유감스럽게 한국의 문화에 대해선 거의 알지 못했다. 한국의 작가? 한 명도 알지 못했다. 예술? 백남준 한 사람. 음악? 윤이상은 알지만 이름만 들어 알 뿐 그의 음악을 들어본 적은 없다. 그나마 한국 영화에 대해선 조금 알고 있었다. 김기덕·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독일에서도 많은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나도 <올드 보이> 같은 영화에 열광하기도 했다.

독일이 그려놓은 세계의 화려한 문화 지도 위에서 한국은 아직 채워지지 않은 공백일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이것도 최근 몇 년, 특히 올 가을 들어 확연히 달라졌다. 오늘 날 나 뿐 아니라 문화에 관심을 갖는 여타 수많은 독일인이라면 한국 문화에 대해 자세히 그리고 열광적으로 대답할 준비가 돼 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조직위원회가 내놓은 ‘엔터 코리아’라는 타이틀 때문이다. 많은 독일 사람들이 이 기회를 이용해 한국을 ‘엔터’했다. 그러면서 새로 발견한 것들 역시 많다.

아직은 소규모 출판사가 대부분이긴 해도 독일의 몇몇 유력한 출판사들이 황석영, 고은, 황지우, 오정희 같은 작가를 발굴해내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발굴’이었다. 최근 번역 소개된 황석영의 소설 2편은 한국인의 생의 운명을 매우 견고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들은 내가 몇 년 간 읽은 작품들 중 최고에 속한다. 내가 만약 그처럼 몇 년 간 수감 생활을 경험했다면 그렇게 담담하고 긍정적인 어투로 작품을 쓰지는 못했으리라. 고은과 황지우의 시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한국 작가들만 가지고도 문화 지도의 빈 곳을 채우고 남음이 있다.

정치가 예술로 승화한 ‘민중예술전’ 감명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주빈국들이 자기 문화의 여러 측면을 보여줄 기회를 얻는다는 점이다. 나도 고백하건대 이번에 한국이 보여준 여러 한국 문화들을 너무도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나뿐 아니라 많은 독일 사람들이 시내에서 열린 전시회나 연극·음악 공연들을 보고 즐겼다. 학전 극단의 <지하철 1호선>은 나를 흥분시켰으며, 궁중 음악은 장중했어도 매우 흥미진진했다. 민중예술전을 관람한 독일 사람들은 정치적인 것도 저렇게 예술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킬 수 있었다.

프랑크푸르트는 하나의 시작일 뿐이다. 이제 한국은 한 걸음 더 나아갈 채비를 할 때다. 우리 독일인들은 그것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지금부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다시 문화의 지도 이곳저곳에 빈 자리가 생겨나게 될 것이다. 하나 더. 나는 한국에서 보신탕을 먹어본 적은 없지만, 그 사이 불고기의 열렬한 팬이 되었음을 고백한다.

슈테판 슈톨 프랑크푸르트도서전 행사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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